[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소방본부가 ‘아빠찬스’ 승진 비리자를 수사 당국에 고발하지 않은 가운데(더팩트 9월16일자) 2년 전 부산소방 인사 비리자는 징계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마다 발생하는 소방공무원의 인사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근무평정의 당사자 공개와 이의신청 제도 마련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0년 말 부산소방에서 발생한 일명 ‘업무도장’ 인사 비리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1차 인사평가를 내리는 센터장의 업무도장을 2차 평가자인 소방서장이 가져가 근무평정을 마음대로 행사했다는 내용으로 본부와 소방청의 감사가 진행됐다.
문제의 간부에게 내려진 조치는 다른 부서로의 전보였다.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 비리였지만 징계도, 경찰 고발도 없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보도 내용과 달라 큰 문제가 없어 당시에 징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건의 전말이 기록된 감사 결과 보고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공개처럼 개인정보 보호 하에 감사와 징계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의혹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는 것이 대전소방본부의 인사비리 사건 축소 의혹과 판박이다.
부산의 한 소방관은 "이 정도면 제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며 "소방청이나 본부의 봐주기가 있었는지 감사원의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소방공무원 인사 비리의 근본적인 원인은 근무평정의 비공개에 있다. 당사자가 근무평정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다보니 인사 관계자가 이를 악용해 근평 조작 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소방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제7조 4항을 보면 '근무성적 평정의 결과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로 명시돼 있다. 다만 신청한 경우에 한해 등급을 공개(2020년 신설)하지만 이의신청 제도는 없다.
신청 제도가 있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하는 부담감과 문제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율이 저조하다.
반면 국가직 공무원은 2006년, 지방직 공무원은 2009년부터 근평 결과를 당사자가 직접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소방 조직도 본인의 신청과 관계없이 근평 세부사항 공개와 이의신청 제도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박해근 소방발전협의회장은 "발전협의회와 노조 등이 인사제도 개혁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변화가 없었고, 심지어 2019년 국감 때 이 부분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청이 제대로 고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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