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라안일 기자] 6.1 지방선거 후 여당이 된 대전 중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야당 시절 반대했던 재정안정화기금 조례 개정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당 소속 김광신 구청장의 주요 사업 성공적 추진을 위해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박용갑 전 구청장이 주요 사업에 재정안정화기금을 이용한다며 반발한 것과 상반된 태도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중구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구의회에 제출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안은 지난 2017년 제정된 후 지난 8대 의회에서 박 청장과 같은 당 소속인 민주당 의원들이 수차례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빈번히 부결됐다. 여야는 물론 의회와 집행부가 기금의 용도가 명시된 제4조 3항 수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박 구청장과 민주당 구의원들은 '대규모 재난 및 재해의 발생, 지역경제 상황의 현저한 악화 등으로 기금 사용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 4개 용도 외 '현안사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동 행정복지센터 신축 등 현안사업 추진에 필요한 경비' 등을 추가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박 청장이 치적을 쌓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며 4개 용도 외 용도 추가를 반대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는데 용도 외 기금 사용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9대 의회 첫 정례회에 상정된 조례개정안도 제4조 3항에 용도를 추가하는 게 골자다. 집행부는 '대규모 사업 등 구정 추진에 필요하다고 구청장이 인정한 경우'를 포함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8대 의회에서 '현안사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와 사실상 같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이 180도 바뀐 상황에서 8대에 이어 9대에서도 의정 활동 중인 국민의힘 안형진, 김옥향, 이정수 의원과 민주당 육상래 의원에게 눈길이 쏠린다.

육상래 부의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8대 때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안 개정을 극렬하게 반대해 놓고 여당이 된 후 사실상 같은 내용의 조례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조례 개정 추진과 심의에 앞서 최소한의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하는 게 도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첫 정례회에서 이 조례안을 심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행보를 보고 (조례안)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진 행정자치위원장은 "새로운 구청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같은 사항을 놓고 8대와 9대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묻는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한편 대전 중구의회는 오는 29일 제244회 정례회 행정자치위원회 5차 회의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심의하고 다음 날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현재 중구의원 11명 중 국민의힘이 6명, 민주당이 5명이다. 행자위도 5명 중 국민의힘이 3명 민주당이 2명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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