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I 대전=라안일 기자] 지난 2001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들은 범행 당시 차량에 남긴 마스크와 범행 후 출입한 불법 게임장에서 버린 담배꽁초로 덜미를 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은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2001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경위를 발표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을 대전과 강원 정선에서 각각 검거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고등학교 동창이며 이날 열린 신상공개위원회에서 범행의 잔인성 및 중대한 피해 발생 등을 근거로 신상이 공개됐다.
피의자들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본부 지하주차장에서 은행 직원에게 권총을 발사해 살해한 뒤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탈취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권총은 탈취한 차량으로 도보 순찰 중인 경찰관을 친 후 빼았었다.
당시 이들이 아닌 3명이 용의자로 검거됐으나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 고문으로 허위 자백했다는 주장과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이 사건은 범행 후 14년이 지난 2015년 충북 소재 불법 게임장에 버려진 담배꽁초로 실마리가 풀렸다.
경찰은 2017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불법 게임장 담배꽁초에서 나온 유전자가 대전 강도 살인사건 당시 범행 차량에 남겨졌던 마스크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같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기존에 알려진 손수건보다 마스크가 스모킹건이 된 셈이다.
이에 5년간 불법 게임장에 출입한 종업원과 손님 1만5000여명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올해 3월께 이정학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정학의 과거 행적을 확인하고 주변인 조사 등 보강 수사를 펼친 뒤 8월 중순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고 이정학의 진술을 토대로 함께 범행한 혐의로 이승만을 긴급 체포했다. 이들은 검거 전까지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적이 없는 걸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 당시 DNA 분석기술로는 유전자 검출이 안 됐지만 과학 수사기법의 발전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이승만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금융거래내역 확인, 디지털포렌식, 거짓말탐지기 검사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오는 9월 2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은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와 미제사건수사팀 운영,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 형사의 끈질긴 집념으로 미궁에 빠졌던 사건을 21년 만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한 기록만 약 15만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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