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시가 대전엑스포 이후 최대 규모의 행사라고 홍보했던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의 참가 도시가 저조한 가운데 시가 주도해온 세계과학도시연합(WTA) 해체의 대안으로 내세웠던 UCLG 내 과학위원회 신설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UCLG에 대한 섣부른 환상이 20년 동안 쌓아온 WTA 의장도시로서의 위상만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는 2020년 9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시가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세계과학도시연합(WTA)을 해체한 뒤 세계지방정부연합(UCLG)과 손잡고 새로운 국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또 WTA에서 20년간 이어온 과학도시로서의 위상을 UCLG 세계이사회 내에 과학위원회를 만들어 이어간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11일 <더팩트> 취재 결과 대전시는 2020년 UCLG와 과학위원회 신설을 논의하면서 위원회 운영 전반에 걸친 비용을 시가 책임져야 하는데 대한 부담을 느껴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과학위원회 신설을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에 과학위원회 사무실을 내고 직원 인건비도 줘야 하는데 액수가 상당하고 UCLG 비용과 위원회 비용을 이중 부담해야 해서 위원회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는 지난해 3월 한 언론 매체를 통해 "UCLG 월드사무국에 과학위원회 신설 제안서를 접수하지 못한 이유로 코로나로 인해 사무국 의사결정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UCLG 내 과학위원회 신설 포기를 감췄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대전시가 WTA 해체로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었다는 정황은 감사원의 판단에서도 드러난다.
감사원은 '법령의 근거 없이 WTA사무국의 운영비 지원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2017년 11월 '주의' 통보를 받자 시는 "지방재정법 입법 취지 등 종합적 판단을 고려해 달라"며 재심의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2020년 6월 5일 조치 취소를 대전시에 통보했다. 감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자 다른 지자체들도 국제기구에 공무원 파견과 운영비 보조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시는 2020년 6월 30일 WTA집행위원회에 해체 요구서를 제출했다. 사유는 △회원 관심 및 참여율 저조 △재정자립 등 자생력 희박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한계 등을 내세웠다.
해체 과정 당시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시민의 눈을 속여 다른 목적을 위해 WTA를 해체하는 것은 시민이 용서치 않는다"며 명확한 자료 와 소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회원 탈퇴 급증 이유로 들고 있는 연회비 관련 자료와 감사원 지적 철회 여부 등을 밝히지 않았다.
전 국민의힘 대전시당 관계자는 "당시 항간에 돌았던 의혹들을 해명하라고 시에 요구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했고 시의회에서 해체 요구를 했다는 것도 알아보니 조직을 점검해서 잘 진행해보라는 의도였지 해체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후 2020년 9월 한달간 해산 찬반 설문조사를 거쳐 그해 10월에 열린 임시총회에서 해체 동의안이 가결됐다. 또 시가 WTA 해체 사유로 꼽은 회원 관심 및 참여율 저조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는 지적이다.
WTA 전 관계자는 "대전시 주도로 WTA를 이끌어서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율이 저조했다는 점도 해산의 한 사유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조직 운영 방식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서 건의도 했다"며 "이미 해체 쪽으로 답이 정해져서 정책을 바꾸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한편 WTA는 전 세계 과학도시 간 교류·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을 목적으로 1998년 대전시 주도로 설립됐다. 2021년 해체되기 전까지 49개국 113개 회원들이 포럼과 워크숍, 총회를 통해 과학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논의하며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을 알리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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