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윤덕민 신임 주일본 한국대사의 8일 한국 언론과의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 발언에 대해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9일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사는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 국민과 기업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금화 동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금화가 이뤄지면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사이에) 수십조원, 수백조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며 "화해의 과정에서 피해자 개인의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가 필요한데 현금화가 되면 그런 것이 다 무시된다. 또 (현금화 뒤) 경매 과정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만한 자금이 마련될지도 의문"이라고 현금화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은 "주한 일본대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주일 한국대사의 입에서 나온 얘기인지 귀를 의심케 할 정도이다"고 말하며 "일본 정부를 대리하는 주한 일본대사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소리를 하는 이런 자가 국민의 혈세를 받고 일하는 주일 한국대사라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윤 대사의 발언은 "일본 기업 자산을 현금화하면 한일 국민과 기업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곧,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현금화할 경우 일본이 2019년에 이어 다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보복이 무서우니 법원 판결에 따른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마저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서 "일본이 한국 사법부 결정을 4년 동안 헌신짝 취급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본의 이런 안하무인 태도를 지적해야 할 일이지, 어떻게 일본의 보복을 미리 상정하고, 지레 주눅들어 꼬리부터 내리자는 이런 해괴망측한 주장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설령 미쓰비시 한국 내 자산 강제매각을 이유로 일본의 보복이 있다면, 그것은 일본의 인권인식과 옹졸함 때문이지, 일제에 의해 모든 것을 빼앗긴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모임은 "현금화가 이뤄지면 수십조원, 수백조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 역시 그의 몰지각한 역사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역사란 그의 입처럼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의 논리대로 하자면, 비즈니스를 위해 피해자들의 권리는 얼마든지 묵살될 수 있고, 묵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윤 대사의 역사인식에 대해 날을 세웠다.
끝으로 시민모임은 "국민들은 지금 어느 나라 외교부인지 헷갈릴 정도다. 외교부는 더 추해지기 전에 그 기만적인 행위를 멈춰라"고 주장하며 "이런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횡행하는 데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 때문이다.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에 재를 뿌리는 것을 넘어, 국민들한테도 굴욕감을 안긴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당장 해임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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