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외교부가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명령을 4년 동안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가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국민정서와는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러한 기조 아래 외교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의 채권과 관련한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사건이 계류된 대법원 상고심 담당 재판부에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제134조의 2(참고인 의견서 제출)를 근거로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본보 2일자 보도)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을 사실상 대법원의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자산 강제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지난 28일 가졌던 외교부와의 면담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가 "미쓰비시 자산 현금화하면 일본 보복 나설 것이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밝혀지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외교부가 일본의 차후 경제보복이 두려워 미쓰비시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저자세 외교’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면담에서 외교부 이상렬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강제집행에 따른 현금화라는 것은 일본기업 자산이 실제로 넘어가는 상황이다"고 규정하며 "넘어가게 되면 일본이 보복을 할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일본정부 보복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시민모임 측이 "그래서 외교부 입장에서는 현금화를 막겠다는 것이냐"라고 되묻자 이 국장은 "현금화되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답했다.
시민모임은 이날 면담에서 오고 간 얘기의 맥락에서 봤을 때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가 현금화를 방해하는 논지를 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시민모임은 "대한민국 대법원이 외교부의 말을 듣지는 않을 것이다"고 강조하며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소송방해 행위다. 소송 당사자들에게 의견서 제출 행위를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2019년 7월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판결에 불만을 품고 반도체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경제보복 조치에 나선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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