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일상회복 단계로 접어든 가운데 주춤했던 미술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충남 천안에 본사를 두고 갤러리를 운영하는 ㈜아라리오는 문화예술은 서울 등 수도권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천안과 제주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 일대에 조성된 조각광장과 아라리오 갤러리는 천안을 넘어 전국적인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과 시외버스터미널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대형 문화공간으로 조성된데에는 김창일 대표의 의지가 가장 컸다.

그는 1978년 천안에 정착을 시작했을 당시부터 천안이 글로벌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조각품과 미술품을 모든 시민이 공유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며 1989년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수백만마일-머나먼 여정'을 시작으로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 등 현재 26점의 작품을 조각광장에 설치했다.

조각광장과 이어진 아라리오 갤러리도 각종 초대전과 개인전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현재는 김창일 대표의 작가 활동명인 씨킴(CI KIM)의 13번째 개인전 ‘Overcome Such Feelings’이 내년 4월까지 열리고 있다.

2019년 이후 천안에서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레디메이드 오브제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60점이 전시됐다.

씨킴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버려진 오브제의 활용이다. 그는 신문이나 잡지, 우편엽서나 포스터 등 배포용 인쇄물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롤링스톤’, ‘포춘’, ‘GQ’, ‘TIME’ 등 대중 잡지의 커버 이미지를 활용한 200호 커피 페인팅 연작 9점 등을 선보인다.

아울러 그동안 회화의 재료로 인지되지 못했던 토마토, 블루베리, 들기름, 커피 등 식재료를 이용한 작품은 물론 시멘트, 철가루, 목재, 목공용 본드 등 건축현장의 재료도 작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시킴만의 실험정신으로 이뤄진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의 성공에 힘입어 제주에 문을 연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은 김창일 대표의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때 제주 문화의 중심지였던 탑동은 2000년대에 돌입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특히 탑동 문화의 구심점이던 탑동 시네마 마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이에 김 대표는 2014년 탑동 시네마를 인수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로 탈바꿈시켰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보존과 창조’라는 주제로 구성된 미술관으로 천장이 높은 극장 건물의 특성과 콘크리트 구조의 뼈대를 살려 제주문화예술 1번지였던 탑동시네마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낯섦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영사실을 그대로 활용한 전시공간과 매점으로 이용된 공간의 독특한 컬러감을 살린 전시공간은 외지인들에게는 새로움을 주민들에게는 향수를 일으키는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천안아라리오 갤러리가 작가 씨킴의 주요 무대라면 이곳은 세계적 권위의 미술매체 아트넷(Artnet) 선정 ‘세계 100대 컬렉터’인 김창일 대표의 역작이 모여 있는 곳이다.

‘수보드 굽타’(인도), ‘장환’(중국), ‘코헤이 나와’(일본), ‘앤디 워홀’(미국), 백남준(대한민국) 등 세계적인 작가의 현대미술 작품 1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든 예술품은 시민과 공유돼야 한다는 김창일 대표의 뜻에서부터 시작된 사업으로 현재는 제주의 상품을 발굴 판매하고 제주만의 식재료로 음식을 선보이는 디앤디파먼트 제주도 함께 운영하며 무너진 제주의 구도심에 다시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라리오 관계자는 "9년간 방치된 건물을 ‘보존과 창조’라는 주제로 아라리오 뮤지엄으로 탈바꿈시키고 주변 상점은 원도심에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예술을 통해 제주다움이 느껴지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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