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I 광주=이병석 기자] 아닐 거라며 부여잡았던 희망의 끈이 무참히 끊어졌다. 남도의 작은 항구는 또 하나의 슬픈 사연을 떠안았다.
"손주 같은 아이를 어찌할꼬" "불쌍해서 어찌할꼬" 보행 보조기에 몸을 기대어 사고 현장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도 바다가 일렁인다.
제주도로 한 달간 농촌살기체험을 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후 전남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10)양 일가족이 많은 이의 바람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29일 경찰 등 관계당국은 조양 가족의 아우디 차량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 선착장 인근 방파제로부터 약 80여 미터 떨어진 물속에서 건져 올렸다.
송곡항 인근 한 가두리양식장 부근에서 해경 등 경찰 잠수요원이 수심 7~10여 미터 아래에 차량 일부가 펄에 묻혀있던 조양 가족의 차량을 찾아낸 지 하루 만이다.
인양된 은색 아우디 승용차에서는 조양과 그 부모로 보이는 싸늘한 시신이 발견됐다. 이날은 조양 아버지의 휴대전화 위치 신호가 송곡 선착장 부근에서 끊긴 지 29일을 맞는 날이다.
"어린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저렇게 데리고 가야만 했나"
그동안 품었던 희망이 절망으로... 절망이 이내 분노로...손주 같은 조양의 죽음에 분통한 마음을 담은 거친 대화가 마을 주민들 속에서 간간이 들려온다.
절망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한 가족의 비극적인 결말에 송곡항 주민들은 "한동안 지속될 비통하고 슬픈 기억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지 너무 두렵다"면서 바다를 응시했다.
앞서 광주의 한 초등학교 학생인 조양과 그 일가족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을 하겠다며 집을 나선 뒤 완도로 향했었다.
이후 조양이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고 조양의 부모마저 연락이 닿지 않자 학교 측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사건의 전모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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