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박호재 기자] “호흡은 여러분에게 많은 얘길 들려줍니다. 천천히 숨을 쉬며 우주와 하나 됨을 느껴보세요. 우주의 따뜻한 기운이 여러분의 마음을 녹여줍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가장 감사하게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무대 위에 있는 요가 지도자의 다정한 말이 곁들여지는 몸짓에 따라 노란 양산과 파란 양산을 든 500여 명의 참여자들이 평온한 표정으로 요가에 열중하고 있다.
오는 21일 ‘세계 요가의 날’을 앞두고 구례 화엄사 요가대축제 ‘화엄, 하나되다. 화엄, 빛이 되다’가 6월18일 화엄사 각황전 앞마당에서 열렸다. 2회째 맞는 행사이지만 이날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요가 애호가들로 전례 없는 성황을 이뤘다.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특별한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참여자들 모두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 양산과 노란 양산을 들고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요가의 몸짓으로 연출했다.
대웅전 앞 마당은 파란 양산, 돌 축대 아래 마당 참여자들은 노란 우산을 들어 두 가지 색깔로 하늘과 밀밭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국기의 형상을 구현했다.
요가의 시초가 인더스문명의 제의적인 운동의 역사에 시작됐듯이 불교의 명상과 요가는 서로 떼놓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불경에서는 석가모니를 ‘최고의 요가 수행자’로 부르기도 한다.
불가와의 이러한 깊은 역사적 연원 때문인지 천년 사찰 앞마당에서 펼쳐진 집단 요가 동작은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단순한 신체 수련이 아닌 정갈한 마음을 만들어가는 명상의 과정인 양 다가섰다.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암울해진 사람들의 삶에 힐링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요가 축제를 떠올렸다 한다 덕문스님의 이러한 구상은 첫 행사에서 참여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고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해 더욱 빛이 났다.
참여자들에게는 요가 발상지 인도의 요가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또한 인도 문화원(소누 트리베디 원장)과 인도대사관이 지원하는 인도 전통무용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여성 참여자는 “처음에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더 마음과 몸이 평온해지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 여수에서 온 부부는 “지난 해 1회 행사 때도 참여했고, 그때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화엄사에서 선물하는 노랗고 파란 양산, 그리고 요가 매트를 들고 각황전 앞마당을 떠나는 참여자들의 얼굴이 유난히 말갛고 평온해 보였다.
kncfe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