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런닝머신을 뛰는 개를 보고 투견이 의심돼 신고했지만, 그곳에 있던 고양이와 토끼, 닭만 구조되고 개들은 구조되지 못했다’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매호동 한 건물에서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를 했던 남성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13일 동물보호단체 캣치독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대구 수성구 매호동의 한 개 사육시설의 동물 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결국 주인과 분리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해당 시설에 있는 개가 목줄이 채워진 채 런닝머신 위를 뛰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캣치독은 해당 견주에 대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고, 구청과 소방·경찰과 함께 시설을 찾아갔다.
현장에는 '핏불테리어' 등 맹견 21마리가 케이지에 갇혀 있었고, 이 외에도 토끼와 닭, 고양이 등 다른 동물들도 함께 있었다. 또 음식물 쓰레기와 통상 돼지나 소에게 투여하는 근육주사 약품과 주사기, 중탕기, 러닝머신도 발견되었다.
견주는 경찰 조사에서 "개들이 살찌지 않게 하려고 운동을 시켰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동물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동물보호단체와 해당 지자체가 서로 협동해서 구조가 이뤄진다. 구청에서는 동물보호법 제14조에 따라 주인과 동물을 긴급 격리 조치를 취한다. 후에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면 동물은 동물보호단체의 도움을 받아 보호소에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수성구청은 새끼 고양이와 닭, 토끼 등은 긴급 격리 조치를 발동했지만, 개 20마리에 대해서는 동물 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신고자 A씨는 "구청에서 공수의사를 대동해 ‘한 마리를 제외하고 육안상으로 보이는 큰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정밀 검사는 없었으며, 어떻게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주인이 밥과 물, 비타민을 주고 있어 학대로 보기 어려웠다"며 "동물등록과 맹견보험을 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수성구에 동물보호소와 같이 대형견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귀찮아서 회피한다는 의혹이 제기했다.
캣치독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에 인계하는 방법과 시 보호소에 가는 방법도 구청에 안내했다"며 "구조되지 못하면 투견용으로 계속 쓰일 우려가 있고, 싸우다가 죽은 개들은 도살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건물에서 동물학대 신고가 들어온 건이 여러 건 더 있어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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