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양산=강보금 기자] 8일 오후 3시,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위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은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한가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집회 현장은 이전보다 확성기 사용이 줄고 욕설 또한 자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사저 맞은편에 대치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서 날선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집회를 진행한 보수 단체는 2곳, 자칭 '자유연대'와 '자유진리정의혁명당'이다.
흥겨운 노랫가락이 집회를 위해 정차해 놓은 차량에서 연신 쏟아져 나오고 사저 맞은편 도로에 선 보수단체 회원들은 50m 가량 떨어진 문 전 대통령의 사저를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침을 던진다.
특히 지난 3일부터는 자유연대에서 준비한 '수갑 전시회'가 눈에 띈다. 금색과 은색 수갑이 평산마을 밭을 배경으로 마치 철책처럼 걸려 전시되고 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누가 보면 우리가 수갑 장사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무료로 수갑을 나눠주고 있다. 수갑에 문재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적어 전시할 수 있다"면서 "다만 사상 검증은 해야 한다. 문재인에 대한 칭찬을 적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오는 10일이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양산 평산마을로 귀향한지 딱 한 달이 된다. 평산마을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보수 단체는 그보다 며칠 먼저부터 집회를 열었다.
이 중 자칭 자유진리정의혁명 소속이라 밝힌 한 남성은 지난달 12일부터 지금까지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도로변 한편에 텐트를 치고 숙식까지 하며 24시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이 남성은 최근 문 전 대통령 내외가 양산경찰서에 명예훼손과 살인 및 방화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한 보수단체 소속 회원 3명 중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는 이 남성에게 고소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었지만 기자라고 신분을 밝힘과 동시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곧이어 옆에 모여있던 보수 단체 회원들이 기자를 둘러싸고 "저 사람에게 왜 말을 거느냐. 말 걸지 말라"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이들 중에는 유튜브 방송을 병행하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은 유튜브 방송을 위해 촬영하는 2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양산시민 A씨(40대)는 "1인 시위를 하는 저분은 오래전부터 숙식까지 하면서 집회를 열고 있다는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 광화문에 태극기 부대가 동원됐듯이 지원책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굳이 퇴임한 대통령의 집까지 찾아와 유튜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속된 말로 관심종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돈이 되니까 여기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양산시민 B씨(40대)는 "유튜브에서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이른바 '슈퍼 챗(Super Chat)'들이 있으니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평산마을 주민들은 잘못도 없는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보수단체 유튜브 채널에서 슈퍼 챗을 날리는 사람이 더 잔인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던 보수단체 회원 겸 유튜버는 "오는 25일까지 집회 신고를 해 놓았다. 우리는 합법적인 차원 안에서 집회를 할 뿐이다. 유튜브 방송은 현장에서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것일 뿐이다"라면서 "그래서 정해진 시간을 지키고 욕설도 하지 않는다. 사저에서 사람이 나오면 그걸 카메라로 찍고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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