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사망사고’ 항소심서 원청·하청 모두 혐의 부인


검찰 "1심 무죄 판단된 부분 다시 살펴봐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측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측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 더팩트DB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용균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측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측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최형철)는 7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등 원·하청 관계자 14명과 법인 2곳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업무상 안전조치 의무에 대해 사실 오인 및 양형 부당에 대해 다시금 살펴봐야한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다.

또 "서부발전과 발전기술 측에서 오간 공문과 동료들의 진술 등을 살펴볼 경우 안전조치를 위반해 설비 및 작업 방식에 대한 임직원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서부발전 측 변호인은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이나 김씨의 사체가 놓인 위치 등을 살펴봤을 때 사고 경위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이 불가능하다"면서 "납탄을 제거할 필요가 없는 컨베이어 벨트에 왜 피해자가 들어갔는지 사고 경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피고인들에 대한 주의 의무가 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전 사장에 대해서도 "이 사건 사고 발생 몇달 전에 취임하고, 물리적으로 떨어진 본사에서 근무해 컨베이어 벨트가 어떤 방식으로 점검하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본사에서 근무하는 대표이사가 단순히 최고경영자라는 이유에서 수많은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발전기술 측 변호인도 "이 사건의 1차적 근무 책임자로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만 1심에서 사실관계 전달에 대한 사실이 없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점이 소음·분진이 발생하는 지점이 아니라 2인 1조로 근무할 필요가 없었고, 가동 중지에 대한 안전조치 위반의 경우 피고인들이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제출 증거와 증인 등을 확인한 뒤 다음 기일에서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 2명에 대한 심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월 11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용균재단 김미숙 이사장(사진 왼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재판 이후 피해자 측 변호인은 "김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사망 직후 피해자 유가족이 들은 말과 동일하다"며 "피고인 측에서 원심과 비슷한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법정 안에서만 ‘사과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태도에 대한 유족과 피해자, 시민사회의 분노와 지적을 양형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1년이 넘는 재판 끝에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징역 2년,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김 전 대표에게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백 전 사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에는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1500만 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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