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아픔 담은 ‘서사시 골령골’ 출간


49제 의미 담아 5부작 연작시 49편 담아

김희정 시인이 펴낸 ‘서사시 골령골’ 표지. / 어린작가 출판사 제공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한국전쟁 초기 대전 동구 골령골 일대에서 학살된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넋과 슬픔을 달래는 시집이 출간됐다.

김희정 시인은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골령골의 아픔을 다룬 ‘서사시 골령골(어린작가 출판사)’를 발간했다.

49편의 연작시를 담고 있는 시집은 골령골에서 8000여명의 민간인이 무고하게 학살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집은 한 편 한 편 독립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49편의 시를 연결하면 하나의 이야기 시가 된다.

특히 사람이 죽으면 이승에서 49일을 보낸 뒤 떠난다는 종교적 의식이 있는데 이를 치르지 못한 희생자들의 마음을 시인이 빙의해 풀어냈다고 김 시인은 설명한다. 시집이 49편의 시를 담은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 시집은 소설적 기법을 동원해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시를 끌고 가며 1부 ‘이승에서 사십구일’, 2부 ‘사십구일이 열 번’, 3부 ‘그 사십구일이 또 열 번’, 4부 ‘열 번이 지난 사십구일의 절반’, 5부 ‘이제, 국가 차례이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 시인은 희생자의 한 사람이 돼 가족이란 무엇이고 아버지, 어머니, 아내, 아이들이 어떤 그리움으로 남아있는지 독백처럼 이야기한다.

김 시인은 "이데올로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한 사안인데 아직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고 있다"며 "대전에서 시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으로 희생된 분들의 죽음으로 남은 아픔과 억울함이 어떤지 생각해보고, 유가족들의 아픔과 희생자들의 삶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을 시로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 시인은 시집 ‘백년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하다’, ‘아고라’, ‘아들아, 딸아 아빠는 말이야’, ‘유목의 피’, ‘시詩서書화畵는 한 몸’, ‘몸의 이름들’, ‘허풍처럼’ 등과 산문집 ‘십 원짜리 분노’, ‘김희정 시인의 시 익는 빵집' 등을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2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돼 900만원을 지원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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