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6.1지방선거가 막을 내린 가운데 충남 천안과 아산지역에서 출마한 고위 공직자 출신의 잔혹사가 이어졌다.
그동안 지역에서는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고위 공직자 출신의 후보자가 끊임없이 도전을 해왔다. 이들은 중앙부처와 광역·기초 지자체 등을 거치며 겪은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대부분 첫 출마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혹독한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와 세종시 행정부시장, 소청심사위원장 지내고 천안시장에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후보가 대표적인 고위 공직자 출신이다.
이 후보는 치열한 당내 경쟁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으나 국민의힘 박상돈 시장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산시장에 도전했던 전만권 아산도시행정연구원장도 천안시 부시장 출신으로 6.1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역 정치인들도 첫 선거의 벽을 넘지 못한 역사가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관선 시장 시절 대천, 서산, 아산시장 군수를 지낸 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서 천안시장에 도전했으나 재산등록 미공개 문제로 등록이 무효가 돼 선거조차 치르지 못했다.
이명수 국회의원(아산갑)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과 충남도 부지사를 역임한 뒤 고향인 아산으로 내려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와 2006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서 충남도지사에 도전했으나 연거푸 낙선했다.
박찬우 전 국회의원도 행정안전부 1차관을 지내고 2014년 천안시장에 도전했으나 당시 당내 경선의 벽을 넘지 못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아산시 부시장을 역임한 뒤 바로 출마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며 고위 공직자 출신 낙마의 악순환을 끊어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서 재선에 실패하며 민선시장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아산시장이라는 불명예를 써야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고위공직자들의 잔혹사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치 초년생인 만큼 선거를 치르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패가 크다고 분석한다. 또, 선거를 앞두고 지역으로 내려오는 기간이 짧다 보니 지역 정치권과의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 출신의 경우 퇴직을 한 뒤 짧은 시간 정치인으로 변하다 보니 적응 기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중고로 인해 본인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인적 인프라 등 기본기는 튼튼하기 때문에 정치에 적응한 뒤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첫 선거의 패배를 딛고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와 지역 정치인들 간의 화학적 결합을 얼마만큼 이른 시일 내에 이뤄내느냐가 향후 이들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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