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인천e음카드 대행사 '코나아이'에 '특혜'…행안부, 담당자 '징계' 권고


13억 원 상당 QR코드 인식기 '수의계약'… 계약심사·일상감사도 배제

인천시 전경 /더팩트DB

인천시 "특허출원 중 '수의계약'은 잘못된 것"

시민단체·법조계 "보이지 않는 손 작용 의혹…결제권자가 밝혀야"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과도한 수익 배분 등 회계운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인천e음카드 운영사인 '코나아이'에 인천시가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됐다.

인천e음카드 관련, 십수억 원에 달하는 'QR코드 인식기' 구입을 행정절차 없이 지역화폐 운영사인 '코나아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는 심사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 2년여 동안 ‘쉬쉬’하고 있다가 행안부의 감사로 적발돼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냐는 의혹과 함께 횡령·배임 의혹까지 일고 있다.

2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께 감사를 통해 인천e음카드에 필요한 'QR코드 인식기' 물품구매 사업 용역과 관련, 공무원 A씨가 '코나아이'와 수주계약을 체결한 것을 적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해당 사업 용역을 계약 부서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코나아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해당 업체로부터 물품 6만개를 구입하면서 13억20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당시 A씨는 개당 2만2000원에 총 6만개를 13억2000만 원에 구입한 뒤 1만여 개는 가맹점에 보급했고, 현재 나머지 4만 여개는 ‘코나아이’가 2년여 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략 창고에 보관돼 있는 4만5000개를 총 단가로 환산하면 9억9000만 원, 약 1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코나아이’공장에 묶여 있는 꼴이다. 혈세 낭비로 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QR코드 인식기'는 e음카드를 결재할 카드 단말기가 비치돼 있지 않은 상점을 대상으로 휴대폰 QR코드를 인식시켜 결재하는 시스템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은 민간업체와 2000만 원 이하의 물품 제조·구매계약·용역계약에 한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계약금액 2000만 원 초과 시 지자체 등은 의무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민간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예산이 필요한 물품구입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코나아이'와 체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인천시 A공무원이 수의계약으로 코나아이와 13억2000만 원 상당의 인천e음카드 QR코드 인식기 6만개 계약을 체결한 것을 감사 통해 적발하고 징계를 요구했다. /인천=지우현 기자

행안부는 A씨가 '코나아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해당 공무원 경징계 권고 통보와 함께 시가 계약 심사를 진행하지 않은 부분과 정기적으로 해야 할 일상 감사 미실시에 대해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으려면 계약에 대한 심사가 진행된다. 사업을 발주하기 전 원가산정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 예산낭비 요인을 사전에 차단,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업 진행 여부를 파악하는 일상 감사도 자자체 등이 해야 하는 의무 사항이다.

이 같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수의계약을 체결한 A씨는 감사가 있기 전인 그해 2월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했다.

인천시는 당시 '코나아이'의 'QR코드 인식기'는 특허출원이 진행되고 있어 A씨가 이런 점을 감안해 독단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지방계약법상 특허를 받았거나 실용신안등록 또는 디자인이 등록된 물품은 대용품이나 대체품이 없을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이 같은 점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A씨가 코나아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당시 QR코드 인식기는 특허 출원 중 이었다"며 "당시 인천e음카드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진 상태여서 특허품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수의계약이 체결되고 얼마 안가 해당 제품은 특허를 획득했다"며 "물론 특허 출원 중에 수의계약을 진행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행안부 감사에서도 밝혀진 만큼 인천시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및 법조계는 팀장(5급)에서 과장(4급)으로 승진한 A씨의 독단적 '수의계약'은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일개 팀장이 (이 큰 금액을) 독단적으로 계약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이 모든 과정을 결재권자가 적극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K변호사는 "시 주요 사업에 필요한 13억 원 상당의 계약을 팀장 혼자서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라며 "분명히 결제 라인이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수의계약이 이뤄졌다면 윗선 개입이 충분히 의심될 만 하다"고 말했다.

인천e음카드 이미지 /더팩트DB

한편 행안부는 해당 A씨에 대해 경징계 권고 처분할 것을 인천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행안부가 감사 결과를 통해 인천e음카드가 지역화폐로 성공했고, A씨가 중추적 역할을 해온 점 등을 근거로 경징계를 권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송원 사무처장은 "특허 신청을 했다 하더라도 특허가 나온 게 아닌 만큼 (2000만 원 이상은) 행정절차를 밟아야 했다"며 "이를 무시, 수의계약을 체결한 A씨의 공로를 인정한 경징계는 아쉽다"고 했다

법조계는 행정절차를 무시한 A씨의 수의계약 체결은 횡령·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K변호사는 "윗선에서 지시가 없었다면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독단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횡령 또는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회 행안위의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인천e음(인천이음)'카드 운영대행사(코나아이)의 과도한 수익 배분 등 회계운영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적자 규모가 400~500억 원에 달하던 코나아이가 2018년 인천이음 운영사로 선정된 후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554억 원, 올해에는 758억 원까지 치솟았다"며 "민간 사업자의 수익이 이렇게 많이 늘었는데 인천시는 코나아이와 3년째 아무런 계약조건 변경 없이 카드 운영사로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경쟁입찰 없이 '코나아이'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남춘 인천시장은 "올해 진행할 이음카드 운영사 선정 절차는 경쟁입찰을 통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당시 박 시장의 "경쟁입찰 통할 것"이란 답변은 거짓으로 보인다.

<더팩트>가 확인한 결과 지난 2018년 4월 계약한 인천e음카드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는 입찰 통하지 않고 자동 연장으로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초기 첫 입찰 통해 선정된 코나아이가 현재까지 계속 연장해 운영하고 있다"며 "초기 입찰 외에 그동안 대행사 선정을 위한 입찰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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