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항암치료를 받다가 지쳐서 잠깐 잠이 드는 사이에 누가 와서 안락사를 시켜줬으면 좋겠다. 아, 살기 싫다! 살아있는 매 순간 일분일초가 고통이다. 아프기 싫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년에 접어들 즈음인 스무 살 나이에 암 판정을 받은 후 항암치료 등으로 건강을 되찾은 청년 주원 씨는 지난 20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청산해야 할 적폐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부모의 반대에도 무릎 쓰고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배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원 씨는 지난 10여 년 전 자신이 겪었던 암 판정과 치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암으로 투병하다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야기를 방송에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주원 씨의 유튜브 방송은 가습기 살균제, 침대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 검출, 광주아파트 외벽 붕괴사고,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전국 초중고등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발암물질 기준치 90배 검출 등 대한민국에서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진 참사가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주원 씨가 이 유튜브 방송을 제작하고 업로드하기까지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아픔이 사람들의 입에 가볍게 오르내릴 것이 두려워 이 일을 몇 번이고 만류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아들의 이유와 감정을 아버지인 저조차 감히 온전히 가늠할 수 없었기에, 끝내 그 뜻을 꺾지는 못했습니다"라며 허락했다.
주원 씨가 사회에 알리고 싶었던 사실은 안전불감증이다.
주원 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어느 날 대단히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우리 수준을 떠난 것 같다. 서울에서 치료를 받아 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암 판정을 받고 두려웠다는 심정을 밝혔다.
그는 "샤워를 하는데 머리카락이 빠진 것을 보고 펑펑 울었다. 눈물을 안 흘린 척하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엄마 머리 자르러 가자."고 말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풀어냈다.
주원 씨는 "미각이 6개월 동안 없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모든 음식의 맛을 까먹었다. 그때 내가 제일 먹고 싶었던 게 흰 쌀밥에 생김치, 그 맛을 너무 느껴보고 싶었다"면서 "새벽 6시 공복에 항암 치료를 받았고 저녁 시간에 조금씩 아파오며 구역질이 나기 시작해 5분에 한 번씩 매일매일 토했다. 잠을 잘 수가 없어 화장실에 이불을 깔고 살았다"며 힘들었던 지난 항암치료를 알렸다.
심지어는 항암치료를 받다가 지쳐서 잠깐 잠이 드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내가 죽는 줄 모르게, 아프게 죽고 싶진 않으니까 내가 죽는지도 모르게 내가 자는 사이에 누가 날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스무 살 때 꿈이었다"고 밝혔다.
주원 씨가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1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같은 반 친구가 암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소식을 접해야 했다.
주원 씨는 "친구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저 영정 사진이 내 사진이 걸려 있을 수도 있을 거고 지금 저 상주가 우리 부모님이었을 수 있겠구나"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막 20살이 됐고 21살이 된 친구들이 왜 암에 걸리고 죽어야 될까?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그 당시 운동장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기준치에 수십 배가 검출됐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
주원 씨는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나서도 바로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조처를 하고 나서도 기준치의 몇 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졸업을 하고 몇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없어졌고 청소년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 끔찍한 일을 겪어야 했던 2011년, 11년이 지난 지금 뭐가 달라졌습니까?라고 묻는 주원 씨는 다시는 안전불감증으로 끔찍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는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도 제가 암에 걸리고 제 친구가 암에 걸려서 죽을 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다만 그들은 안일했다. 우리 모두는 안전불감증이었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걸 알았을 때 즉각적으로 돈이 얼마가 들든지 간에 모두 치웠어야 했다"고 미온적으로 응대했던 정치권과 행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주원 씨는 "저와 저희 가족이 겪었던 끔찍한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2011년 세상을 떠날 뻔했던 저는 광주광역시장 선거 주기환 후보의 아들이다"고 밝혔다.
국민의 힘 광주광역시장 주기환 후보는 이 영상 말미 자막을 통해 "다시는 우리 광주에서 안전불감증, 예산 부족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 후보는 22일 심야 시간에 아들 주원 씨의 사연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는 "저보다 더 강하게 자라준 멋진 아들이다.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저와 저의 아내 앞에서도 아들은 울지 않았다"며 "외려 눈물이 나서 영상을 차마 다 보지 못했다는 형과의 카톡 대화내역을 보여주며, 원래 이렇게들 눈물이 많았냐며 장난스레 면박을 줬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주 후보는 "우리 모두에게는 이유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광주는,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무조건 배척하는 광주가 아닌, 서로의 행동과 그 이유에 대해 관심 갖고 이해하는 광주가 됐으면 좋겠다"며 출마 배경을 밝히고 "지금까지 제 모든 행동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러분의 이유는 무엇입니까? 광주의 선택과 이유가 미친 듯이 궁금한 밤이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forthetru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