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42주년 ‘5월 광주’, ‘저항의 해방구’에서 ‘문화 해방구’로


거리 곳곳에 ‘추모‧기억의 공유‧시민 연대‧나눔' 주제 담긴 다양한 문화행사 ’풍성‘

18일 광주 금남로 민주광장에 마련된 헌화소에서 한 여성이 추모의 헌화를 하고 있다./광주=나윤상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시민학살 정권을 향한 저항의 장으로 시작된 광주의 5월은 42주년에 이르며 이제 시민사회의 문화축제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5‧18행사워원회에 따르면 대다수의 주요행사들이 문화 이벤트로 채워져 있다. 그림‧사진 전시, 추모음악회, 평화연극제, 문학제, 풍울 굿, 종합연희 등이 5월 한 달 내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각기 주제를 지닌 이들 주요 문화행사들은 기억의 공유‧대동 나눔의 정신, 추모의 가치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5월 17일 저녁 7시부터 열리는 5.18 전야제./광주=박호재 기자

5월 초부터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하는 광주의 5월은 5월 17일 저녁, 당시 시민투쟁의 중심 거점이었던 금남로(동구)에서 열리는 전야제를 기점으로 타오른다. 외지 방문객들 대다수도 17일 광주를 방문해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고 중심 시가지로 이동, 금남로 전야제에 참여하는 일정을 소화할 때가 많다.

경기도에서 매년 5월이면 광주를 찾는다는 A씨(여 37)는 "5‧18 광주에 와서 이런 저런 행사들에 참여하다 보면 왠지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 감정이 솟는다"고 말하며 "힘이 나면서 마음이 설레고, 사람들에게 친밀감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며 방문 소감을 밝혔다.

5.18 민주광장에 마련된 거리미술전을 찾은 시민들./광주=니윤상 기자

A씨의 언급은 광주 시민들에게 5월 그날 모든 시민이 동지였고 밥을 서로 나누는 주먹밥 공동체였던 기억을 소환케 하는 말로 다가선다.

광주 시민들에 있어서 5월의 금남로는 지인들과의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물론 특별한 약속을 통해 이뤄지는 만남은 아니다.

광주시민 B씨(47 금호동)는 "5월 행사가 벌어지는 금남로에 가면 꼭 지인들 몇은 만난다. 그리고 유난히 반갑다"고 말하며 "5‧18이라는 공통의 기억이 시민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금남로로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뜻밖의 만남들 때문에 금남로 주변 골목 음식점들은 ‘5월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악수나 포옹으로만 반가운 해후를 끝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삼삼오오 근처 술집들을 순례하는 일행들의 모습도 5월 광주의 색다른 풍경 중의 하나이다.

추모와 시민 연대의 퍼포먼스도 다양한 장소에서 수시로 이어진다. 5월 17일 전야제 사전행사로 펼쳐지는 금남로 시민행진은 시민연대 퍼포먼스의 압권이다.

5.18 현장 탐방에 나선 학생들이 5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광주=나윤상 기자

금남로 5가 수창초등학교(유동)에서 전야제 무대가 마련된 금남로 1가 까지 다양한 단체와 시민들이 군중을 이루며 걷는 행진 퍼포먼스는 80년 5‧18 당시 금남로 일원에서 시민 시위대와 무장 계엄군 간에 펼쳐진 치열한 공방전을 재현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오월 그날, 광주 곳곳에서 모여든 시민들은 금남로에 모여들어 군중을 이루고 계엄군의 진압봉에 맞서 싸웠다. 금남로는 계엄군에게 총기발사의 명령이 떨어진 이후 시민들의 주검이 쌓이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광주시민 누구나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의 공간인 금남로를 김준태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5월 18일 금남로의 종착지 5월 민주광장에는 주먹밥 나누기, 5월 기억상자, 시민헌화소, 거리 미술전 등이 시민들을 맞고 있었다. 많은 인파는 아니었지만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이들 체험들에 참여하고 있었다.

5월 추모기간 동안 메이홀(동구)에서 5월 초대전을 열고 있는 이상호 작가./광주=나윤상 기자

가해 정치세력들의 갖은 폄훼와 왜곡, 탄압으로 수난을 겪어온 와중에도 ‘5월은 우리에 무엇인가?’ 라는 부단한 모색을 통해 가치를 지키고 정립해 온 시민사회는 이제 5‧18 행사를 추모, 기억의 공유, 시민 연대라는 주제들이 담긴 문화 프로그램들을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41년 전 금남로가 ‘저항의 해방구’였다면 이제 금남로는 ‘문화 해방구’로 거듭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치열하면서도 진정한 저항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눈 감고, 눈 뜬 오월의 사람들’ 이라는 주제로 광주 메이홀(동구)에서 5월 한 달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상호 작가는 이 광주의 2022년 결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은 이 아파 잠깐 눈을 감는 것은 괜찮다. 그렇다고 눈을 감을 수 없는, 눈 뜬 이들의 전진하고 나아가리라…우리는 모두 다 토하고 발언하고 내놓은 뒤에야 치유를 받게 될 것이다. 광주시민들 모두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을 품는 이번 전시가 되었으면 바란다"

그렇게 41주년 광주의 5월은 희생자의 묘역을 참배하고 금남로를 추모의 물결로 채우며 거듭 새살이 돋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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