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탈세 의혹", 법조계 "혈세 낭비"
주변 상인들 "Y업체 코로나 터지기 전 야반도주 했다"
인천시 "정상적으로 운영한 업체" 해명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시민사회단체가 재선 도전에 나선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 공무원과 유관기관 직원들의 경조사에 제공되는 축·조기 및 조향세트 등이 '유령회사'를 통해 배송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는 최근 박 시장 재임 당시 사용된 기관운영업무추진비(업추비)를 확인하던 중 공무원들이 직접 축·조기를 가져다 사용한 이전 방식과 달리 특정 업체를 통해 이뤄진 점을 주목, 확인한 결과 사업자등록 기간과 운영 기간이 맞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더팩트> 취재와 제보, 입수한 자료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경축기 10기와 근조기 13기를 화원업체인 Y업체에 맡겨 놓고 지난 2018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23개월간 공무원 등의 경조사에 설치를 위탁했다.
시는 경축기·근조기(축·조기) 설치 비용을 월 단위로 결제했는데 설치 비용은 축·조기 설치와 회수, 배달 운송을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1건당 설치 비용은 편도 기준 인천권 2만 원, 충청권 4만 원, 타 지역권 6만 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인조 화한 등으로 구성된 조향세트도 Y업체로부터 구입하는 주요 품목 중 하나였다. 시는 업무추진비를 통해 Y업체로부터 1~2달간 사이로 조향세트를 구입했는데 1번 구입할 때마다 드는 비용은 100만 원으로 확인됐다.
이런 방식으로 시는 Y업체에 위탁한 기간 동안 3000~4000여만 원 정도의 설치 비용과 조향세트 구입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Y업체가 정식 사업자등록 기간과 운영 기간이 맞지 않는 '유령회사'인데다 규모도 일반 화원보다 작았다는 점이다. 특히 주변 동종업계 상인들은 Y업체가 대품(화단에 심겨진 나무)만 주로 하는 업체로 기억하고 있었다.
Y업체는 지난 2017년 4월께 인천 계양구 효성동 인근에 개업한 업체로 16.5㎡(5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의 사무실에 대품 5~8그루 정도가 비치, 간간히 판매해 왔던 업체로 알려져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대품에 리본 같은 것을 달고 주문한 업소로 배달하는 그런 영업 방식을 해왔던 것으로 주변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근조기나 근조화환, 조향세트 등은 사무실에 비치돼 있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으로 이송된 적도 목격된 것이 없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운영 기간도 사업자등록을 한 기간과 맞지 않았다. Y업체의 사업자등록 기간을 보면 정식으로 등록한 기간은 2017년 4월께부터 2020년 5월까지다.
이후 인천시 계양구 병방동 인근으로 이전했다가 5개월이 지난 같은 해 10월 폐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은 Y업체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2019년도께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근의 한 화원 대표는 "Y업체가 문을 연 건 2017년께 였을 거다. 제가 잘 아는 이유는 동종업계는 상도라는 게 있는데 Y업체는 저희와 5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문을 열어 항의를 하게 되면서 기억을 하고 있다"며 "Y업체 대표는 우리처럼 화분을 진열해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영업식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켜보겠다고 했는데 정말 영업식으로 운영을 해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대품에 글씨를 써놓은 리본 같은 것을 달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트럭에다가 대품 몇그루 싣어서 이송하는 것을 주로 봤는데 근조기나 근조화한 등이 옮겨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코로나가 터지기 훨씬 전에 야반도주 하듯이 문을 닫았다. 오후에 문을 열어 놓은 것을 보고 퇴근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폐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시 축·조기 설치와 조향세트 구입과 관련, 업추비가 '유령회사'에 사용된 만큼 박 시장이 관여해 횡령과 배임 등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취임 전에는 시 공무원들이 경조사에 사용할 축·조기를 직접 가져다 사용했는데 박 시장이 취임 후 '유령회사'가 나타났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축·조기 설치 비용 및 조향세트 구입이 업추비를 통해 유령회사로부터 이뤄진 만큼 불법 의혹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업추비가 사용되는 혜택이라 박 시장이 관여해 지인들에게도 제공했을 가능성도 있다. 의혹을 풀기 위해선 재선 도전에 나선 박 후보가 직접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세무사, 국세청 등에서는 예산낭비, 탈세 의혹 등 각각의 입장을 내놨다.
법조계는 "시장이 시정의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지인들에게 축·조기 배송비용을 개인 돈이 아닌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면 예산낭비로 밖에 볼수 없다"고 했고, 세무당국도 "탈세 의혹이 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A변호사는 "시정 업무와 연관성 있는 유관기관 또는 시민단체 등의 행사에 제공된 축·조기의 배송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지 않고 시장이 지인들에게 축·조기를 제공하면서 배송 비용을 개인 돈이 아닌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면 이는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화원은 면세 사업자이기 때문에 상품(근조화환, 조향세트 등) 또는 축·조기를 제3자(거래처)에 제작 및 배송 의뢰해서는 안 된다. Y업체가 직접 제작 및 배송하지 않고 일정 비용(수수료 등)을 받고 제3자에게 의뢰해 제작 및 배송됐다면 이는 탈세를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며 "Y업체가 상당한 탈세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Y업체는 분명 실존하던 업체였다. 정상적으로 운영을 해왔다"며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를 제기해 지난해 5월 입찰을 통해 업체를 바꿨다"고 해명했다.
이어 "업체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면서 "Y업체도 그렇지만 지금 업체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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