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영양=이민 기자] "통장이 해킹됐으니, 현금 찾아서 보관해 있어라" 사이버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50대가 만원권 5500만원을 장바구니에 넣어 경찰서를 찾았지만, 경찰의 미흡한 대처가 논란이다.
10일 경북 영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영양경찰, 5000만원대 보이스피싱 피해 막아" 라는 제목으로 보이스피싱범이 ‘사이버수사관’을 사칭했지만, 영양경찰이 신속대응을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경찰이 뿌린 보도자료에는 지난 6일 오후 2시쯤 사이버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으로부터 ‘통장판매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아야 한다’, ‘통장이 해킹되었으니 모두 인출해 보관해 있으라’는 연락을 받은 A씨(59)가 현금 5500만원을 들고 스스로 영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을 찾았다.
A씨가 농사일과 막노동으로 모은 5500만원을 만원권 지폐로 바꿔 장바구니에 담아온 것을 확인한 경찰은 추가피해 예방을 위해 A씨가 들고온 현금을 안전한 통장에 재입금시키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 "보이스피싱범이 ‘현금을 찾아 보관해 있으면 9일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말했다"는 A씨 진술에도 경찰은 휴대전화 악성앱 삭제와 함께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혹시 모를 보이스피싱범의 ‘대면편취’를 무시한 대목이다.
경찰은 "사이버수사관 사칭범이 9일 날 다시 연락한다면서 A씨에게 ‘계좌이체’를 요구해 사이버사기로 보고 ‘대면편취’ 가능성이 없어 범죄피해예방이 우선이라 악성앱 삭제와 전화번호변경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현금을 찾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계좌이체를 하는지 궁금하다"면서 "보이스피싱범이 별도로 요구하는 계좌로 송금을 유도하거나, 또 다른 전달책을 보내 현금을 편취하는 수법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찰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범이 ‘계좌이체’나 ‘계좌송금’등 별도로 요구하는 계좌라도 확인해 정지시키거나, 연락이 오는 전화번호라도 추적했다면 A씨 이외에 다른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지역 언론계 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금액을 들고 경찰서로 찾아온 것을 범죄예방으로 홍보하기에 앞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나 연락처, 계좌번호 등을 파악할 기회가 사라졌다"며 여운을 남겼다.
영양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시민들이 우려하는 보이스피싱범의 ‘대면편취’ 가능성은 단지 추측이므로 추측은 범죄가 될수 없다"면서 "경찰의 최고의 원칙은 피해자예방이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영양경찰은 지난 6일 해당 사건에 대해 ‘사이버사기’로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취재가 이어지자 이날 A씨에게 연락해 ‘사이버사기’로 전환된 사실을 알리고 경찰서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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