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난 달 15일 여야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국 11곳 시범도입을 합의 통과했을 때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정치개혁의 신호탄이 앞으로 더욱 크게 이어져서 대한민국에 진정한 정치교체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의미를 밝혔다.
박지현 위원장 또한 "오늘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돼 11개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실시 효과를 검증하게 된다"며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획정이 곧 정치개혁의 출발점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범 선거구로 바톤이 넘겨진 후 민주당 지역위의 실행 의지를 보면 윤·박 양 위원장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 도입 국회 통과에 따라 광주광역시 의회는 지난 달 27일 자치구의원 지역구의 명칭·구역 및 의원정수를 확정했다. 이 안에 따르면 광주는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4인 선거구 1곳, 3인 선거구 18곳, 2인 선거구 1곳 등 총 60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한다.
우선 다당제 기초의회 구성이라는 개혁 취지에 비췄을 때 외견상으로 광주는 매우 모범적이다. 광주광역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을 3인 이상 뽑는 선거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20곳 중 95.0%인 19곳이 3인~4인 선거구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2인 선거구는 한 곳에 불과하다.
구조상으로만 볼 때 민주당이 맘먹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다당제 실시효과를 볼 수 있는 지형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텃밭으로서 일당 독과점 정치가 심각한 광주 정치현실에 비췄을 때 다당제 정치개혁 체감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다당제 정치개혁을 기대하는 광주 시민사회의 꿈은 여기까지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20곳 선거구 60명 정수 100%를 채우는 후보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 다당제 정치개혁은 다시 민주당을 제외한 소수정당의 후보들이 바늘구멍을 헤집고 들어가야 하는 국면으로 회귀했다.
광주가 3인~4인 선거구 시범지역으로 확정됐을 때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다당제 정치개혁을 유난히 주창했던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고 ‘특별전형’을 기대하던 소수정당의 꿈은 다시 물거품이 됐다.
선거에 나선 소수정당 후보들은 아직은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3인~4인 선거구제를 설명하며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고 우리에게도 표를 줄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지만 민주당 독과점 구조의 광주 정치지형에서 그 결과는 미지수다.
정의당 당원 A씨(서구 금호동)는 "문은 여러 곳 만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문마다 민주당 후보를 우선 입장시키는 수문장을 세웠다"고 말하며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내세운 민주당의 정수 공천 횡포로 다당제 정치개혁 취지가 수포가 됐다"고 비난했다.
진보당 후보 B씨(광주 광산)는 "민주당을 애초에 믿지 않았다. 이제 다당제 정치개혁은 늘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해주셨던 광주 시민들의 손에 달렸다"고 호소했다.
녹색당을 지지한다는 교사 C씨는 "이제 막 걸음을 뗀 다당제 정치개혁은 막강한 기존 조직을 지닌 거대 양당의 배려와 양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고 지적하며 "민주당 텃밭 이곳 광주에서 민주당의 통 큰 정치미덕이 발휘됐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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