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진보당 광주 시당이 이번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자세는 전례 없이 남다르다. 결기가 엿보인다. 우선 대다수 선거구에 빠짐없이 후보들을 내세웠다. 비례를 포함해 19명이 구 의원 후보로 나섰고, 광역 시의원 후보도 비례 포함 8명에 이른다.
진보당이 주민을 위한 생활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표일 것이다. 제각기 당당한 출마의 변을 지닌 진보당 광역 시의원 후보들의 유세 현장을 찾아 얘기를 들어보았다. 이들 후보들은 한결 같이 ‘주민의 삶 속에 진보의 속살을 채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재섭 시의원 후보(용봉·매곡·일곡·삼각)는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하고 20대부터 진보정치 활동에 나섰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어려운 청년세대의 현실을 깨쳐보고자 하는 열망이 진보정치에 몸담게 된 계기가 됐다. 이같은 활동의 연장선에서 2013년 민주노동당에 입당, 지금에 이르렀다.
소 후보는 지역구에 있는 복개된 용봉천을 다시 생태하천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더워지고 있는 광주를 식히려면 물길을 살려야 하며, 이는 또한 광주를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길이라고 주창한다. 노동자·농민·자영업자들이 빛을 보는 공동체를 위한 부단한 노력도 그의 공약 레시피 속에 포함돼 있다.
소수정당의 한계 때문에 거리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은 반반이다. ‘민주당 혼내줘야 한다’ , 지역에서 열심히 했으니까 잘 될 것이다‘는 격려도 많이 받긴 했다. 세 차례나 북구의회 의원을 지냈을 정도로 소 후보의 지역 기반은 탄탄한 편이다. 구 의원 시절 법무부가 주진 의견을 묻지도 않고 구치소 신축 부지를 결정했던 것을 주민운동을 이끌어 막아내기도 했다.
김해정 후보(금호1동·금호2동·상무2동·서창동)는 현재 송정 서초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IMF 직후 어려운 시기에 대학을 졸업했다. 직장 생활도 열악했다. 이런 현실을 깨치기 위해 노동조합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조합 활동에 민노당이 큰 힘이 됐고, 자연스럽게 당원이 됐다.
김 후보는 시민들이 정치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기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정국 후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지만 노동자나 서민의 삶은 전혀 변한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민의 삶의 어려움을 정치가 반영해야 하는데도 정치는 이를 외면할 때가 많기에, 시민의 삶을 책임성 없는 정치에 위탁하지 않고 직접 꾸리고 싶어 후보에 나섰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김 후보는 유권자들을 만날 때 진보당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게 제일 힘들다고 말했다. 대선 끝난 후 180석 민주당 뭐했느냐는 불만을 내뱉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진보당은 일하는 시민들을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다가서면 공감들을 해주신다며, 이럴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백승선 후보(송정 1·2동 ·어룡·평동·도산·동곡·삼도·본량동)는 광주환경공단에서 18년을 재직한 환경행정 전문가다. 평동폐기물매립장 반대운동을 주민들과 힘을 합해 승리로 이끌어낸 기억을 상징하는 ‘100% 주민편’이라는 슬로건을 선거운동에 내걸었다.
평동산단 폐기물처리시설 반대 주민운동을 할 때 국회의원에서 구의원까지 입으로는 번드르하게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주민 이해를 외면하는 모습에 치를 떨었다. 공청회, 사업설명회도 없이 일이 무리하게 진행됐지만 민주당 일색의 시의회나 구의회 의원들 그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지 않았다. 주민 삶이 훼손될 위기에 놓였을 때, 진정으로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이 정치를 해야한다 라는 생각에 직접 후보로 나섰다며 출마의 명분을 밝혔다.
백 후보는 정치 독점체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대선 이후 광주정치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민주당 독과점 정치구조에서는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보정당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세력이 시민 대의기관인 의회에 진출해야 시민들의 삶에 더 득이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승철 후보(운남동·월곡1·2동·우산동·신흥동)는 광주 금호타이어 노동현장 출신이다. 출마 동기를 묻자 노동 현장 얘기부터 풀어냈다. 금로타이어 공장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중국계 기업 더블스타 인수 등 두 차례의 위기가 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임금이 깎이는 고통이 있었지만 윤장현 시장이 이를 밀어붙였고, 시의회는 입을 닫았다.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같은 지난 억울한 얘기들을 털어놓으며 김 후보는 광주는 민주·인권의 도시라 호칭되지만 노동자들이 조합 활동을 하며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주는 노동행정도 전무한 지역현실을 개탄했다. 그러다보니 지역구인 하남 공단 영세사업장의 낡은 화장실조차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이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시민들은 모두 노동자인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자녀이기 때문에, 시의회에 들어가 현장노동자 출신인 자신이 광주시의 굴절된 노동관을 바꾸고 잘못된 노동행정을 바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경미 후보(신가동·신창동·비아동)는 광주시 노동센터 센터장을 지내고, 현재 광주·전남지방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동복지 전문가다. 광산구의회 의원을 두 차례 지냈을 정도로 지역주민들과의 관계도 탄탄하다.
중소사업장에서 사회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직원 언니들이 아이들 때문에 집에 전화를 걸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명망가 중심의 진보정치운동이 노동자 중심 정당으로 전환기를 맞으며 당시 권영길 후보가 대선에 나섰고, 최 후보는 큰 아이를 등에 업고 다니며 선거운동에 가열차게 동참했다.
지방 노동권익위원으로서 노동복지 신장 일 뿐만 아니라 마을 교육운동, 주민공동체 사업 등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요즈음 최 후보가 집중하고 있는 마을 사업은 지어진지 20년에 이르며 주택법상 교체시기가 된 노후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교체 현안이다. 최 후보는 이를 입주 주민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라 지원조례를 만들어 시정부가 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지역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 후보는 특히 노동자에 대한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마스터 고등학교에 가서 강의를 할 때 조사한 적이 있는데 노동자에 대한 잠재적인 인식이 너무 안 좋아서 깜짝 놀랐다는 경험을 들려줬다. 노동에 대한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5·18의 도시 광주에서라도 초등학교부터 노동법 교육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최 후보의 간절한 바램이다.
최 후보는 끝으로 "반찬 한 가지만 먹는 민주주의 밥상은 건강하지 못하다. 좋은 진보당 후보들 많다. 충분한 경력을 지닌 모두 준비된 후보들이지만 민주당이 아니어서 의회진출을 못했다. 이번에는 시의회를 다양한 정치반찬으로 채워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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