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준호 “청년후보, 단순한 수식어에 머물게 해선 안돼”


광주 시장 도전 컷오프로 좌절…인지도 저조 청년후보, 여론조사 경선 장벽에 막혀 성장기회 '발목'

광주광역시장 도전에 나섰으나 민주당 경선 컷오프로 낙마한 정준호 예비후보(변호사). 정 후보는 여론조사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기존의 민주당 경선방식에서 청년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광주=나윤상 기자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기존의 제품만을 우려먹는 기업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망하기가 십상이다. 고객은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이 취향의 변화가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속성장을 꿈꾸는 기업은 끊임없이 신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유권자라는 마켓에 흥망을 기댄 정치 또한 예외는 아니다. 새로운 피…이를테면 참신한 정치신인의 육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정당은 쇄락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민주당 텃밭 광주정치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겠다며 광주시장 도전에 나선 청년정치인 정준호 예비후보(변호사)가 컷오프로 발길을 멈췄다. 그의 좌절에서 우리는 숱하게 외쳐지는 청년의 정치도전에 드리워진 ‘공허한 그늘’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20일 오후 캠프 해단식이 끝나고 쓸쓸한 적막이 감도는 선거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도전을 여기서 끝낸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선 컷오프로 발길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됐다. 뜻밖의 결과여서 솔직히 당혹스럽다. 현역시장인 이용섭 후보와 막강한 도전자 강기정 후보 양 강 구도로 치닫는 경선에서 제 3후보의 위상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광주·대구·세종·경남에서 청년 후보들이 단체장 도전에 나섰고, 당초에 이들 후보들에 대해 당이 각별히 배려하는 태도를 취했다. 현실적으로 당선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아니지 않는가? 청년 정치인들이 성장의 기회를 갖겠다는 도전의 과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론조사 20% 이상 격차라는 기존의 경선 틀을 적용해 컷오프의 대상이 됐다.

-청년 정치인 우대를 줄곧 주창해 온 박지현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움은 없었나?

앞서 말한 4곳 단체장 도전에 나선 청년 후보들이 연대해 박지현 위원장을 만나 몇 가지 요청을 했었다. 청년 후보 30% 가산 점을 광역단체장 경선에도 적용해달라고 요청했고,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청년 후보들이 경선을 완주할 기회를 보장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박 위원장도 30% 가산 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선 기회 보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비대위는 이런 입장을 취했지만 공관위에서 관철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준호 예비후보가 선거사무실에서 캠프 활동가들과 조촐한 해단식을 갖고 있다. /광주=나윤상 기자

-컷오프로 낙마한 후보로서 지금의 심정은?

당이 광주를 2인 경선 지역으로 만든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청년과 여성 후보가 컷오프됐다. 상대 후보와 20% 격차가 나면 컷오프 되는 룰만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승패에 상관없이 선거를 통해 자신을 알리며 성장한다. 청년 후보에게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문만 열어주는 것으로 당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바로 여론조사라는 장벽과 마주친다. 정치신인으로 인지도가 낮은 청년 정치인이 그 장벽을 쉽게 넘어설 수가 없다. 그 장벽 앞에서 거듭 좌절하다보면 나이가 들고 청년 후보의 시절은 마감된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었다. 세 번 모두 ‘호남 유일 청년후보’ 라는 수식어를 달고 치렀다. 청년후보라는 호칭이 단순한 수식어에 불과하지 않도록 당이 좀 더 통 큰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다시 불온한 청년으로 광주의 젊음을 잠재우는 모든 기득권에 도전하고 싶다. 주류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나가겠다. 그동안 꾸려왔던 청년아카데미를 더 내실 있게 운영할 계획이다. 민주당의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청년후보를 위한 보다 진일보한 제도 마련과 이에 관련된 공론화 과정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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