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 4개 자치구가 영유아들의 식재료로 쓰일 지역 농산물 공급 대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 심사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청은 공모 요건에 화물차와 창고를 임차해도 무방하다는 기준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화물차법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현장 심사도 없이 평가를 진행해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더팩트>가 대전 동구·대덕구, 우수농산물 급식 지원사업 법규 위반 '물의' 단독 보도에 이어 올해 사업을 취재한 결과 지난해 물의를 빚은 A협동조합이 유성구를 제외한 대전의 모든 자치구로부터 어린이집.사립유치원 지역먹거리 공급 대행업체로 선정됐다.
A조합은 지난해 소유차량 1대와 영업용 화물자동차가 아닌 자가용 화물차 4대를 임차해 동구와 대덕구의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지역먹거리를 배송했다. 2개 구청은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화물자동차법을 모른 채 사업을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본보 3월 31일자)
A조합을 올해 지역먹거리 공급 대행업체로 선정한 곳은 지난해 2개구(동구,대덕구)에서 4개구(서구,중구,동구,대덕구)로 늘었다.
서구 사업만 타 협동조합 1곳과 공동 도급일 뿐 나머지는 모두 단독 시행자로 낙찰됐다. 공동 도급 조합은 차량과 창고를 갖고 있지 않아 물품 접수와 AS 부분을 담당한다.
A조합은 4개 자치구에 있는 900여곳의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일주일 1~2번 지역농산물을 배송한다.
계약 금액은 서구 2억 7200만원, 동구 1억 990만원, 중구 1억 2100만원, 대덕구 9050만원 등 총 6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4개 구청 모두 업체 선정 당시 화물차자동차운수법도 모르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용역 공고에 배송 차량은 임차나 배송업체 계약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더팩트>가 입수한 조합 보유 차량과 차량등록원부를 대조한 결과 A조합이 순수 소유한 화물차는 1대 뿐이고 나머지 11대는 3월 31일에서야 1% 공동소유권을 등록한 차량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 평가가 진행된 3월 초부터 중순까지 자기 소유 차량은 1대 뿐으로 10대는 B협동조합 차량, 1대는 농업법인 소유 차량으로 드러났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56조에 따르면 '자가용 화물자동차의 소유자 또는 사용자는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유상(그 자동차의 운행에 필요한 경비를 포함한다)으로 화물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량 평가를 한 공무원들은 화물자동차법을 생각하지 않은 채 A조합이 제시한 차량 대수로만 점수를 매겼다.
구청 관계자는 "원활한 배송에 주안점을 두다보니 화물차 보유 숫자가 중요했고 타 소유의 자가용 화물차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법규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A조합이 빌린 것은 화물차 뿐만 아니다. B조합의 창고까지 무상으로 이용한다고 협약서를 첨부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구청들이 효율적 보관·공급·배송 등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공급자 선정이라는 추진 방향을 정해놨지만 식재료를 보관하는 창고를 평가하면서 현장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학교급식 업체 선정에서 현장 평가가 필수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급식 관련 전문가는 "영유아들에게 먹이는 급식재료 배송을 위해서는 위생이 가장 중요한데 다른 회사의 차량과 창고를 썼다가 만일에 급식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며 "평소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은 어떻게 할지 정하지도 않고 이런 허술한 선정 기준을 세운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와 4개 구청은 <더팩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수차례 요청한 A업체의 차량정보 요청에 대해 "회사 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하고, 시의원의 1차 자료제출 요구에도 조합측 요청으로 공개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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