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이 순간에도 왜 이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하기 어렵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1일 오전 10시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 주재로 열린 공판에서 "우선 분명해야 할 점은 제기된 공소사실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한번도 국정원에 어떤 자료를 요청하거나 어떤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과정에서 국정원 문건 보고가 두 종류가 있고, 청와대가 요청해서 국정원이 정보 보고를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 정보 보고가 있었지만, 근무할 당시 별로 가치도 없고 유용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에 보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이런 마당에 제가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더군다나 대통령께 어느 수석이 국정원 문건을 직접 보고할 만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시다시피 대통령은 국정원장에게서 국정원 주요 문건을 직접 보고를 받는다"고 부연했다.
박 시장은 일부 공소 사실을 부인, 이와 관련 증거를 제시,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입장도 들이댔다.
그는 "(공소장에선) 과거 7월 20일 수석보좌관 회의가 있다. 아마 그때를 특정한 것 같은데,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 4대강 이야기는 하나도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수사 과정과 공소 내용에서 어느 누구도 저에게 지시를 받았다거나 직접 보고했다는 증거나 증언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기소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검찰 고위층의 정무적 판단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서 침대를 떠올렸다. 사람을 침대에 맞춰야 하는데, 침대에 사람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이 허술한 가설을 세워 무리하게 단죄하려는 것은 제 입장에서 증거재판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재판으로 정신·물질·정치적 피해가 크다. 시민이 선출한 시장이 무리한 기소로 재판장에 드나드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 송구할 따름이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밖에도 공소장에 적힌 성명 불상의 직원의 진술, 재판 과정서 증인들 진술 등 이유를 들며 검찰이 정치적 기소를 한 것으로 주장했다.
앞서 박 시장의 변호인 측 역시 이번 재판 과정을 정치적 기소로 보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청와대 보고 문건은 국정원의 편집부를 거쳐야 하는데, 공소요지에 나온 문건은 편집부도 거치지 않은 초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서 상단에 '청와대 (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이라고 적혀 있는데, 홍보기획관 전체인지, 기획관 1명 개인을 지칭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이 시장의 입지를 크게 흔들고 있어 '정치적 기소'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공소권 남용으로 피고인뿐 아니라 부산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번 4차 공판은 재판부가 교체되며 검찰의 공소 사실과 함께 박 시장 측의 변론 위주로 1시간 50분 가량 진행됐다.
5차 공판은 오는 14일 오후 2시 부산지법 354호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지난해 10월 부산지검은 4·7 보궐선거 당시 4대강 사찰 논란 관련 허위사실유포(공직선거법 위반)로 박형준 부산시장을 기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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