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축구팀이 창단돼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 평동산업단지에서 일하는 6개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창단 멤버가 된 ‘아시아 FC'가 첫 발을 떼기까지에는 김복주 목사(감독)의 10여 년 각고의 세월이 밑거름이 됐다.
김 목사가 이들 선수들과 축구를 통해 맺어진 것은 10년 전 추석 무렵이다. 추석이나 설 등 한국의 명절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쓸쓸하기 그지없는 연휴다. 공장은 쉬고 마땅히 갈 데가 없다보니 향수병도 도진다.
이 외로움을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로 풀다보니 폭행, 교통사고 등 뜻밖의 사건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김 목사는 ‘한가위 전국 외국인 노동자 축구대회’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추진했다. 평소 축구를 즐겨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가위 연휴 기간 동안에 한 곳에 모여 축구를 즐기는 축제를 만든 것이다.
대회는 기대했던 이상의 결실로 나타났다. 팀을 이뤄 주말 축구를 즐기던 전국의 외국인 노동자 축구팀이 첫 대회부터 대거 참석했으며, 9회 째 행사에 이르면서 전국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45개 팀이 응원단과 함께 광주 평동 산단 운동장에 모이는 등 성황을 이뤘다.
상금, 상패, 경품, 구장 대여료 등 적잖은 경비가 소요되는 일이었지만 김 목사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야 하는 생활고 속에서도 축구대회를 매년 거르지 않았다.
김 목사의 헌신적인 노력도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한가위 대회가 불가능해지자 김 목사는 상징적인 축구단을 만들어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열망을 수렴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외국인 노동자 선수들로만 구성된 국내 첫 외인구단 ‘아시아 FC'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 선수 모두 대한축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됐고, 추진중인 K리그 등록이 완료되면 시‧군‧구 리그인 K-9에서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지정한 대회에서 승률이 좋으면 1년 단위 평가를 통해 상위 리그로 단계를 높여간다.
김 목사는 "축구협회가 규정한 창단 승인 요건이 엄격해 등록 선수 선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히며 "현재 5개국 20명의 선수가 아시아FC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고 그동안의 녹록치 않았던 경과를 설명했다.
김 목사는 "대단한 팀으로의 도약 보다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즐기며 친교 하는 기회를 넓혀보자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창단 취지였다"고 강조하며 "운동을 통해 체력들이 좋아지니까 소속 회사에서도 무척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출신의 선수 껄리까 비제이는 "공식 축구단 창단 멤버로 참여한 게 기쁘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말하며 "열심히 해서 한국에 와서도 이렇게 즐겁고 보람있게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김 목사는 비록 가장 낮은 단계이지만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공식 여건을 갖췄으니 팀 결성의 취지에 공감하는 뜻있는 후원자를 찾아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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