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세종시에서 죽어가는 '아까운 나무들'


국무총리실 뒤 느티나무, 방축천 왕버들, 조치원 철도 옆 버드나무 

정부세종청사 1동 국무총리실 뒤 언덕에 있는 140여년생 느티나무의 2022년 3월 6일 모습. / 세종= 최준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1동 국무총리실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 고목의 2012년 6월 9일 모습. 관리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무에 영양제를 투입하고 있다. / 세종= 최준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1동 국무총리실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의 2012년 2월 26일 모습. 겉모습은 현재 모습과 확연히 달리 멀쩡하다. / 세종= 최준호 기자

[더팩트 | 세종=최준호 기자] 최근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로 많은 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7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 신도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면적 73㎢)가 건설되고 있는 세종시에서 희귀한 나무들이 수난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세종청사 1동 국무총리실 뒤 언덕에 있는 느티나무 고목의 안내판 모습. / 세종= 최준호 기자

◇흉물스럽게 서 있는 '정부세종청사 수호신' 나무

정부세종청사 1동 국무총리실 뒤 언덕에는 둘레가 4.5m나 되는 느티나무 1그루가 줄기가 밑동 부분까지 거의 잘린 채 가지 5개만 흉물스럽게 서 있다.

140여년생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당초 이 곳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정부세종컨벤션센터가 들어서면서 2009년 11월 현 위치로 옮겨졌다.

세종시 전신인 충남 연기군이 1972년 7월 군 보호수로 지정한 느티나무는 기자가 처음 방문한 2012년 2월 당시만 해도 까치집 1개와 함께 수십 개의 가지가 왕성하게 뻗어 있었다. 높이가 18m에 달하는 데다 수관(樹勢·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려 있는 부분)이 웅장해 '정부청사의 수호신'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인 듯 세월이 지나면서 가지들이 하나둘씩 말라죽어 갔다.

관리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나무에 영양제를 투입하고 외과 수술을 하는 등 정성을 쏟았지만 역부족이다. 이제 이 곳에선 까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정부세종청사 서쪽 방축천 변에 있는 200여년생 왕버들의 2022년 3월 6일 모습. 당초 이곳에 있던 3그루 가운데 2그루는 죽었다. / 세종= 최준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서쪽 방축천 변에 있는 왕버들의 2020년 9월 20일 모습. 당초 이곳에 있던 3그루 가운데 1그루는 완전히 말라 죽었고, 또 한 그루는 죽어가고 있다. / 세종= 최준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서쪽 방축천 변에 있는 200여년생 왕버들의 2015년 7월 25일 모습. 3그루가 모두 왕성한 수세(樹勢)를 자랑하고 있다. / 세종= 최준호 기자

정부세종청사 서쪽 방축천 변에 있는 200여년생 왕버들의 안내판 모습./ 세종= 최준호 기자

◇하천 옆에서 말라죽은 왕버들 2그루

금강 지류인 방축천은 정부세종청사 서쪽 신도시 중심부를 남북 방향으로 흐른다.

이 하천은 세종시가 건설되기 전만 해도 폭우가 내린 뒤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 건천이었다. 이에 정부(행복도시건설청)는 신도시 건설과 함께 하천을 정비했다.

우선 인근 금강물을 인공적으로 퍼 올려 하천에 흐르게 했다. 이와 함께 200여년생 왕버들 3그루(어진동 761)를 중심으로 약 1㎞ 구간에 △음악분수 △인공폭포 △징검다리 등을 설치했다.

왕버들은 지난 2016년 봄까지만 해도 모두 멀쩡했으나 세종시가 관리하는 현재는 1그루만 남고 2그루는 말라 죽었다.

이들 나무가 포함된 '방축천 호수공원길'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9년초 전국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우리강 탐방로 100선'에 포함됐다.

세종시 구시가지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 건널목 사이(조치원읍 서창리 42)에 서 있는 270여년생 버드나무의 2022년 3월 7일 아침 모습. / 세종= 최준호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 건널목 사이에 서 있는 버드나무 고목의 2021년 7월 3일 모습./ 세종= 최준호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 건널목 사이에 서 있는 버드나무 고목의 2020년 4월 14일 모습./ 세종= 최준호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 건널목 사이에 서 있는 버드나무 고목의 안내판 모습. / 세종= 최준호 기자

◇이젠 참새들도 찾지 않는 '270살 버드나무'

세종시 구시가지 경부선과 충북선 철도 건널목 사이에는 270여년생 버드나무 1그루가 서 있다.

나무 밑에 있는 안내판에 따르면 1972년 7월 연기군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이 나무는 높이가 12m, 밑둥과 수관 둘레가 각각 4m와 40m나 될 정도로 우람했다. 하지만 약 50년이 지난 현재는 가지가 굵은 것 1개만 남고 대부분 잘리면서 매우 볼품이 없어졌다.

지난해 초에는 바로 옆에 있던 방앗간도 철거됐다. 이로 인해 이젠 참새들도 이 곳을 찾지 않는다.

thefactcc@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