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인, "힘든 주민 10명에게 전달해 달라"


사전투표하고 200만원 기부…추후 광안4동 행정복지센터, 10명 취약계층 전달 예정.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4일 90대 노인이 사전투표를 한 뒤 익명으로 기부를 한 사연이 나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독자 제공.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4일 90대 노인이 사전투표를 한 뒤 익명으로 기부를 한 사연이 나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날 낮 12시쯤 부산 수영구에 있는 광안4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노인 한명이 지팡이를 짚고 요양보호사의 부축을 받고 투표를 하러왔다.

투표를 마친 노인은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았다. 그는 옥순정 동장을 만나 손편지와 함께 봉투 10개를 전했다. 봉투엔 20만씩 들어있었다.

90세 나이만 밝힌 이 노인은 자신의 이름만큼은 극구 밝히지 않았다. 당시 그는 "자녀들에게도 알리지 말라"며 신신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 동장은 손편지를 읽었다. 삐뚤삐뚤한 글이지만 꾸욱꾸욱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이 편지엔 "행정일에 많이 바쁘신데 대단히 죄송하다. 봉투 열개 안에 각각 20만원씩 넣었다. 해당 지역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구민 10명에게 봉투 하나씩 전달해 달라. 대단히 고맙고 너무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옥 동장은 "거동도 불편한 90대 어르신이 기부를 한 사례는 처음이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해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려는 마음에 뭉클했다"면서 "앞으로 어르신이 말씀한대로 삶이 넉넉하지 않은 주민들을 발굴해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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