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즈밴드 ‘스카이브릿지’ 리더 시각장애 강상수의 ‘희망일기’


버클리 음대 출신 뮤지션…재즈 스탠다드 450여 곡 레퍼토리 지닌 실력 있는 밴드로 성장

재즈밴드 스카이브릿지 리더 시각장애 뮤지션 강상수. 버클리 음대 출신 강상수가 리더를 맡고 있는 스카이브릿지는 재즈 스탠다드 450여곡을 레퍼토리로 소화하는 실력있는 밴드로 성장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악기를 연주하나? 보통사람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재즈밴드 ‘스카이브릿지’ 리더 시각장애 아티스트 강상수씨는 그러나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편견을 뒤집었다.

뮤지션으로 성장해 온 지난 족적을 보면 강씨의 얘기는 설득력을 지닌다. 세계 유수의 뮤지션들의 요람인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이력만 두고 봐도 강씨의 음악 활동에 있어서 시각장애는 극복하기 힘든 장애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일이다.

강씨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였다. 어머니는 그런 강씨를 위해 장난감 대신에 음악을 손에 쥐어주었다. 클래식, 동요 등등 강씨 곁에는 늘 음악이 친구처럼 곁을 지켰다. 음악과의 운명같은 동행은 뮤지션의 꿈을 키웠고, 광주에서 특수학교를 마친 강씨는 천안에 있는 나사렛 대학(재활복지 글로벌학과)에 입학했다.

나사렛 대학 시절을 강씨는 지금도 행복하게 추억한다. 장애 학생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기 보다는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섞여서 사는 것이 일상의 모습인 캠퍼스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무대에서 건반을 연주하고 있는 강상수씨./스카이브릿지 제공

이후 서울에서 음악학원에 다니던 강씨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버클리 음대와 취학 네트워크를 맺고 있던 학원에 현지 교수들이 직접 방한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고, 꿈에 그리던 합격통지를 받았다.

당시 버클리 음대에는 강씨를 포함해 총 5명의 장애학생이 있었다. 영어가 짧아 힘겨웠던 점을 빼놓고는 버클리 시절 또한 강씨의 장애가 큰 난관이 되진 않았다. 버클리는 이들 시각장애학생들을 위해 음악수업에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졸업 후 한국에 돌아온 후의 삶이 강씨에겐 오히려 막막했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각장애 뮤지션인 강씨가 설 수 있는 무대는 없었다.

종교시설에서 음악활동을 하며 살아가던 중 함께 일하던 드러머 한분을 만나며 강씨에게 또 한차례 도전의 기회가 다가섰다. 밴드를 꾸리고 싶다는 속마음을 털어놓자 드러머는 주변의 뮤지션들을 강씨에게 소개했고, 그렇게 차츰 뜻이 모아졌다.

정율성 음악축제 야외 무대에서 공연중인 스카이브릿지./스카이브릿지 제공

강씨가 리더를 맡고 있는 재즈밴드 스카이브릿지의 구성원은 강씨를 포함해 6명이다. 강씨와 또 한 사람이 건반을 맡고 있고, 베이스, 드럼, 그리고 남은 두 사람이 보컬을 맡고 있다. 정통 재즈밴드 답게 스카이브릿지는 재즈 스탠다드 곡으로 알려진 450여 곡을 모두 자신들의 레퍼토리로 소화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밴드로 정평이 나있다.

재즈 밴드이긴 하지만 스카이브릿지는 재즈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지난 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을 받은 빌리 아일리시의 노래 등 유명 팝음악은 물론 관객의 취향에 맞춰 ‘목포의 눈물’을 재즈로 연주하기도 한다.

추구하는 음악세계를 묻자 강씨는 음악이 해야 할 역할과 있어야 할 지점을 늘 고민한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외롭고 소외감을 느낄 때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스카이브릿지가 인디밴드와 프로밴드의 중간쯤에 존재하는 것이 강씨에겐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직업밴드가 돼 밴드 멤버들이 오직 음악을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게 소원이라는 꿈을 밝혔다.

코로나 위기가 이 꿈을 더 힘겹게 만들고 있어 요즘 팀원들이 많은 고생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뷰 말미에 강씨는 무대에 설 기회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갛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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