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안동·고령=이민·김채은 기자] "같은 반 친구를 욕하고 때려서 반성문 쓰랬더니, 경찰관인 아이 아빠는 ‘성추행’으로 아이 엄마는 2차 가해로 되갚아주네요. 정말 죽을 만큼 힘들어요"
학부모인 현직 경찰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여교사가 재판 진행 중 해당 경찰관의 부인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눈물을 훔쳤다.
23일 <더팩트>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경북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인 학부모 A씨(50대 후반)는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를 찾아가 자녀의 담임여교사 B씨(30대 중반)의 손을 잡고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고, 수차례에 걸쳐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귀 뒤로 넘기는 등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비상식적 접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검찰이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이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듯했으나 성추행 고소 후 해당 경찰관의 부인이 여교사의 직장인 학교로 들이닥쳐 교장과 교감에게 "학부모를 고소한 담임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학교 측이 이를 거부하자 "담임을 바꿔줄 때까지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내겠다"며 자녀를 무단결석 시켰다.
게다가 담임선생이 자신의 아이를 왕따시키고 따돌렸다며 주위 사람들에게 헛소문을 퍼트리고, 경북교육청 항의 방문, 민원제기, 다른 학부모들에게 동의 서명을 받으려 하는 등 담임선생을 협박, 압박하려 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거주지인 대구지역경찰서에 A씨의 부인을 명예훼손과 공무집행방해·보복범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조사는 접수 경찰서가 아닌 가해 경찰관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고령경찰서로 이첩돼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여교사 B씨는 "사건이 있던 날 한 아이가 실내화 가방으로 친구들을 수차례 때리고 욕설을 하는 것을 보고 그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했더니 교실에 가방을 두고 도망쳤다"며 "이후 그 아이의 아빠인 A경찰관이 학교로 들이닥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평일 낮임에도 해당 경찰관은 ‘밤 근무라서 막걸리 몇 잔 들이켰다’며 학교 관계자들에게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너스레를 떨었다"면서 "정작 경찰조사에서는 당시 ‘입안에 가글을 하고 갔더니 오해한 것이다’고 둘러댔다"며 치를 떨었다.
이어서 "피해자인 저는 2차 가해가 너무 심해 다니던 학교를 떠나야 했다. 가해자인 해당 경찰관은 버젓이 경찰서에 근무 중이다"면서 "왜 성추행 가해자는 보호받고 피해자는 사지로 내몰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현재 B씨의 고소 사건을 수사중인 단계라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피해 여교사 B씨는 2차 가해로 인해 현재 휴직한 채 심리치료 중에 있다. 자녀의 담임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경찰관의 1심 선고일은 오는 3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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