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물 위의 오리는 보기에 평온해 보이나 물밑에서 부지런히 발길질을 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지선 출마 예정자들의 행보도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지만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여야 모두 대선 승리에 집중하는 대신 개인 선거를 자제하라는 방침에 따라 지선 출마 예정자들은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선 출마 예정자들은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각각의 '대선 승리' 유불리에 따른 '부산 지선판'을 살펴봤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 또는 패배를 한들, 두가지 경우 모두 부산 지역 당내 인사들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대선 승리를 하더라도 이른바 '친문반이(친문재인 반이재명)' 정서에 당내에 남아 있어 세력 교체를 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정설이다.
물론 당내 '반이재명 기류'를 상쇄하기 위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이낙연 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했으나, 이른바 '물리적 결합'에 그쳤다. 최근 각 지역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등 친노(친노무현)층이 연이어 지지선언을 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 친문층을 흡수하는 이른바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 내지 못해 최근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인사 개혁 또는 쇄신 명목으로 대대적인 인사 교체를 할 수도 있는 '시한 폭탄'이 터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내재하고 있다.
반대로 대선 패배를 안으면 문재인 정권에서 지역 당내 주류로 구분되는 인사들은 '선거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 부산시당 한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자마 지선이 연이어 있다. 부산 지역 분위기가 보수쪽으로 흐르는 양상에 따라 대선 승리를 해도 시선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면서 "그런데 대선 패배시 그대로 새로운 인사 개혁이나 혁신도 없이 지선을 진행하면 지선 역시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그나마 대선 필승을 전제해야만 지선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최근 심상치 않은 과거로 회귀하는 부산 정치 지형에 걱정도 앞서는 분위기다. 대부분 현역 구청장과 시의원들의 재선 가도에서 불안감이 새어나온다.
실제 부산은 탄핵 국면 이후 치러진 지선에서 이른바 '문풍'을 등에 업고 대승을 일궜다. 16개 구·군에서 13명의 기초단체장를 배출했고, 부산시의회 시의원도 47석 중 41석을 휩쓸었다.
이어 총선에선 민주당이 전국 180석을 차지하며 압도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총선 때부턴 부산의 민심 이반 현상은 심상치 않다.
총선 당시 부산만 떼어놓고 보면 당초 5석(김영춘-부산진갑, 최인호-사하갑, 박재호-남구을, 전재수-북·강서갑, 김해영-연제)에서 3석(최인호-사하갑, 박재호-남구을, 전재수-북·강서갑)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들 중 최 의원과 박 의원의 경우 선거 과정서 근소한 득표차로 수성한 탓에 다음을 기약하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불명예 사퇴로 만들어진 지난 보궐선거 때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이 당선되면서 부산 지역은 다시 과거 보수 지형으로 되돌아가는 양상을 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의 경우 너나 할 것 없이 지선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지역구에 밝은 인사들은 환영받는 분위기도 있으나, 부산에서 조금씩 불어오는 '보수 바람'에 편승하려는 인사들에겐 불편한 시각도 보낸다.
특히 갑을로 나뉜 몇몇 지역구에선 구 현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리 욕심'만 내는 인사들은 당 차원의 암묵적 경고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특히 후보 난립으로 인한 경선 파열음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 당협위원장들이 당내 후보 간 갈등을 두고 '교통정리'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숙제도 안고 있다.
여기에다 역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의 호감도가 가장 낮은 탓에 참신한 인물을 찾는 분위기 조성 조짐도 있다.
몇몇 당협위원장들은 지역구에서 제대로 일을 할만한 새로운 인물을 찾고 있는데 이 또한 실력있는 신인 정치인들을 섭외하는 동시에 당내 후보간 갈등 봉합도 고려해야 해 녹록하지만은 않다.
이밖에도 변수가 많아 섣불리 지선판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코로나 19 여파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대면 보단 비대면 선거 유세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언론 등 다양한 매체로 시민들이 후보들을 접하며 평가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정당’ 보다 ‘인물’ 위주의 투표가 전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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