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일몰제에 따라 광주시가 추진한 총 사업비 2조2천억원 규모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중앙근린공원 1지구 특례사업이 표류 위기에 내몰렸다. 사업이 발주될 당시 사업시행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의 대 지분을 소유하고 시공권을 확보한 ㈜한양과 나머지 소수 지분 회사들 연합체와의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면서 소송전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순탄한 추진을 기대했던 공원개발사업이 왜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우려가 깊어진 시민사회의 의혹을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더팩트>가 그동안 추진과정상의 문제들을 점검하는 3회에 걸친 시리즈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 특수목적법인(이하 SPC)은 2020년 6월 이후 시민사회단체의 10여 차례에 걸친 사업계획변경 반대 성명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로부터 사업비 5천 800억원 증액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는 시가 사업자 편에 섰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시민단체들의 격한 반발에 부딪혔다. 또한 시민사회의 더 큰 불만은 그 과정이 결국 사업이 공익성 훼손으로 귀결됐다는 점이다.
(주)한양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6월 실시계획 인가가 나자마자 광주시의 10개의 공원녹지법상 공모사업 중 유일하게 중앙공원1지구에 대하여만 고분양가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2020년 11월 사업자편 이익을 추구하는 상식 밖 4차 변경협의안이 광주시와 실질적 합의에 이르게 되자 광주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잦은 사업계획 변경을 규탄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실제로 시민사회의 비난을 산 거듭된 사업변경에 따라 전체 개발면적 중 공원면적은 92.75%에서 91.97%로 줄었고 비공원면적은 7.85%에서 8.03%로 늘어났다. 공익환수 성격을 지닌 공원조성 면적이 축소된 반면에 시행사 수익의 기반이 되는 비공원 개발 면적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난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공원 전체 면적은 타 지자체 개발 사례에 비췄을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고 밝히며 "당초 계획상 공원 면적이 충분히 넓기 때문에 변화는 매우 미미하다"고 해명했었다.
잦은 사업변경으로 공원면적 줄고 비공원 면적 늘어나…시민단체 ’공익성 훼손‘ 반발
공익성을 지켜가야 할 보루인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도 이같은 공익성 축소를 3차례에 걸친 심의를 통해 개발계획변경안을 원안 승인했다. 시의 공식기구인 위원회가 SPC가 주도한 변경안에 합법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실련 임원 A씨는 "광주시 도시공사가 석연찮은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배제된 것 자체가 광주시가 처음부터 공익성 추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증표가 아니겠느냐"며 반문했다.
(주)한양 컨소시엄에 앞서 광주도시공사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제안서에 제시된 택지개발 사업은 공원녹지법 해석상 공익사업자가 택지를 조성하여 민간에 파는 일이 부담될 수 있다는 사유로 공사는 스스로 사업권을 포기했었다. 이 때문에 당시 도시공사의 사업권 포기가 상부의 압박에 의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임원 A씨는 "시가 공익환수에 적극적 의지가 있었다면 시의 산하기관인 도시공사 제안을 변경해서라도 우선협상 대상의 지위를 유지시켰을 것이다"고 말하며 "이후 (주)한양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도시공사 사업 배제는 공익성 훼손의 단초가 됐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 언급은 그 후 광주시가 (주)한양컨소시엄의 사업변경안을 수용하고, 또한 5차에 걸친 사업조정협의회를 거쳐 사업을 조정해 간 사실에 비췄을 때 설득력을 지닌다.
"광주시, 공익성 확장 의지 있었다면 산하기관 도시공사 우선협상 대상 배제 안했어야"
시민사회의 거듭된 반발 속에서도 어렵사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던 2020년 11월 초, 뜻밖의 사태가 발생한다. 우빈산업(주), (주)케이앤지스틸 등 컨소시엄 소수 지분 연합체들이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주주들에게 공지된 이사회 상정 안건은 시공우선협상자 선정, 금융주관사 선정 위임, 이사해임, 대표이사 변경 등이다. 예고된 안건만으로도 SPC 주간사인 (주)한양을 내치기 위한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그로부터 한달 보름 여가 지난 2020년 12월말, 임시주주총회에서 SPC 소수자 연합은 70% 지분을 활용해 제3의 시공사를 시공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사해임 등 기타 안건을 일사천리로 의결한다. (주)한양컨소시엄의 구성원 역학관계가 깨트려진 순간이었다.
지분 70% SPC연합 주주총회 통해 (주)한양 시공권·대표사 지위 박탈…법정 공방 치닫아
그렇다면 왜 이들 SPC 연합체들은 광주시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시공사 및 대표 주간사로 특정된 (주)한양을 향해 돌연 총부리를 겨누게 된 것일까?
이에대해 (주)한양 관계자는 "광주시와 SPC 간의 사업협약서에 이미 시행사 수익이 고정돼 있는데다, 사업 주간사이자 시공사인 (주)한양을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국면에서 부수적 방법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꼼수가 작동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종합한 SPC 내부 관계자들의 언급에 따르면 (주)한양의 시공권중 상당부분을 우빈산업(주)에 넘기라는 요구를 ㈜한양이 거절하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고 이것이 (주)한양 축출을 겨냥한 임시총회 개최의 핵심 요인이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우빈산업(주)는 (주)한양 축출이 이뤄진 주주총회가 열리기 7개월 전인 2020년 5월 20일 아세아종합건설과 1,300억원 공원조성공사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양으로부터 공원공사 시공권을 넘겨받기 위한 은밀한 작업을 사전에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0년 12월말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주)한양파견의 대표이사를 몰아내고 이어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가 된 우빈산업(주)의 2019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자본금 5천만원에 매출이 2억 2천만원에 불과한 규모의 기업이다. 이 기업이 대기업 ㈜한양을 대체하는 SPC 대표로 등장한 것이다. 한마디로 쉔지의 하이에나 3총사가 라이온킹을 몰아낸 형국이 되었다.
SPC 실권 잃은 (주)한양 광주시에 14차례 관리·감독권 요청…시 요청 외면 ’편향 의혹‘ 불러
SPC의 실권 잃은 (주)한양은 이후 14차례에 걸쳐 광주시에 구성원 퇴출요청 및 관리·감독권 요청, 사업정상화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한양이 시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주)한양 컨소시엄이 시에 제출한 당초 제안서의 컨소시엄 구성 출자 지분율 계획서의 내용(제안요청서 서식6)을 보면 (주)한양이 30%출자에 사업주간사 및 시공사로 특정돼 있었기 때문에 광주시를 향한 (주)한양의 반발은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시는 이를 묵살한 것이다.
(주)한양은 이같은 과정에 비췄을 때 "광주시가 우빈산업(주)의 이해를 챙기는데 총대를 맨, 지극히 편향적인 행정처리를 한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최근 "SPC 구성원 간의 다툼에 시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시의 이같은 언급은 제안요청서 제22조(협상 대상자 등 지정 취소)에 명시된 규정을 보면 시가 우빈산업(주)의 손을 들어줬다는 편향성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제22조 1항은 ‘광주시가 협상대상자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1항 3호에서 취소 사유로 ‘협상대상자가 사업신청시 제출한 제안서의 내용을 광주시의 요청 또는 승인없이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광주시의 승인없이는 사실상 제안서의 주요 내용으로 특정된 시공 우선협상자 (주)한양을 제3의 시공사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광주시는 왜 특정 시행사 ’편들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가…공적 검증으로 밝혀져야
광주시는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공동 시행자라는 법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이 지위는 공익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라는 취지에서 부여된 것이다. 그렇다면 광주시는 SPC의 소수지분 업체인 우빈산업(주)에 기울어져 있다는 시민사회의 편향 의혹에서 왜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이 의문은 결국 공적 검증과정을 거쳐서 밝혀져야 할 일이다. 지난 1월 20일 ’전국아파트연합회광주시회‘(이하 연합회)는 감사원에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청했다.
감사청구 요청 주요 내용은 광주시가 우빈산업(주)이 정해진 기간 내 사업이행 보증서를 제출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불법을 묵인한 점, 공모지침서 위반에 대한 관리·감독권 태만, 부당한 공문 보내기, 허위 출장 보고서 작성, 감정평가 고의지연 등이다.
한편 (주)한양과 우빈산업(주)는 시공권 지위 문제를 쟁점으로 법정 다툼중이다. 연합회의 감사청구, SPC 구성원 간 법정 다툼으로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의 표류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관련기사>①2조 2천억원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 ‘광주판 대장동’ 의혹으로 번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