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대구=김강석 기자] 250억원대 회사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대우건설 임원들에게 2심 재판부가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 이득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1-1형사부(고법판사 손병원)는 1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서종욱 전 대우건설 대표이사 등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자금을 조성할 당시 구체적 사용처와 사용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비자금의 경우 불법이득의사 또는 불법영득의사는 실제로 기업활동 과정서 허용되지 않은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실현된다고 봐야 한다"며 "비자금 중 일부가 설계평가심의위원에 대한 뇌물공여 등 불법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사후적인 사정으로 인해 그 부분에 한정해 비자금 조성 당시에 불법이득의사가 실현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비자금은 대우건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비자금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이득 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자금을 조성하는 단계에서 비자금에 대한 불법이득 의사가 실현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포탈세액 특정이 어려워 무죄로 판단하므로 사업연도별 분식회계 금액의 특정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또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 주장에 대해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 임원들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공사를 진행하며 공사대금에 턴키공사 수주를 위한 불법 로비자금 명목의 리베이트 및 관련 법인세 등 비용 15%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후 이를 되돌려 받기로 약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성된 비자금은 공사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경비, 행사경비, 직원격려금 등 현장지원비, 본부장활동비, 경조사비, 명절 떡값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서 전 대우건설 대표이사에게 징역 3년과 벌금 35억원, 전 대우건설 본부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0억원, 전 대우건설 부사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6억원, 대우건설에 벌금 40억원을 각각 선고했었다.
재판부는 "대우건설은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대표이사 등은 하도금 공사대금 등 법인 경비를 부풀리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250억원이 넘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9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법인세를 포탈했다"고 전제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착복하기 위해 조성하고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전문 경영인으로서 이러한 관행을 답습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동일한 혐의의 다른 피고인에 대해 심리한 대법원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은 회사와 관련이 없거나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