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디아스포라의 희망…고려인마을 아이들 졸업사진 찍는 날


마을 어린이집 거쳐 간 고등학생 형들 어린 동생 데려가는 따뜻한 풍경 일상으로 자리잡아

한복을 앙증맞게 차려입은 다양한 국적의 고려인마을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나눔방송 제공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난 9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동들이 고려인마을(광주 광산구) 방송국 스튜디오에 서로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처음 입어보는 한복의 차림새를 거울에 비춰본 후 만져도 보고 서로 안아주며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오는 2월 말 진행될 예정인 졸업식을 위한 준비로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고려인 마을 아이들이다.

방송국은 광주고려인마을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각종 카메라가 준비되어 있는 방송국은 아동들을 맞이해 동영상도 찍고 개인사진도 찍었다.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아동들은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영원히 남을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때로는 창가에서, 때로는 인형을 사이에 두고, 또는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깜찍한 사진들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졸업사진을 찍은 아동은 총 6명이다. 3월이면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있고, 2-3년전 부모를 따라 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아동들도 있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자를 허공에 던져 올리며 어린이집 졸업을 축하하고 있는 어린이들./나눔방송 제공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지만, 한국어도 곧 잘하는 아동들이다. 고려인 마을은 낯선 조국을 살아가지만 마을의 희망인 이들에게 영원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매년 졸업앨범을 제작해 선물하고 있다.

고려인마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40여명의 아동들을 보육하고 있다. 3세부터 7세까지 다양한 국적을 가진 고려인동포 자녀들이다.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러시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등 떠나 온 나라는 다양하지만 태생은 고려인이다.

어린이집은 아동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해 한국어와 러시아어, 때로는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문화를 교육하고 있다. 또한 아동들의 입맛에 꼭 맞는 음식도 하루 세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거쳐 간 아동들은 200여 명, 벌써 고등학생으로 자라난 아이들도 있다. 늦은 저녁, 이 아이들이 어린 동생을 만나 꼭 안아주며 데려가는 반가움과 정겨움이 솟아나는 풍경은 일상이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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