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기자가 본 박원순 사건 ’비극의 탄생‘ 북 콘서트, 광주서 열려

손병관 기자(왼쪽에서 두번째)가 50인의 증언을 취재해 고 박원순 시장 죽음에 관련된 의혹을 새롭게 밝힌 진상보고서 비극의 탄생 북 콘서트가 지난 18일 오후 광주 YMCA에서 열렸다./광주=박호재 기자

50인 증언 취재 박 시장 죽음 의혹 새롭게 접근…진실의 문 아직 열리지 않았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를 방문한 박원순 시장을 몇차례 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사회적 약자들의 얘길 진지하게 듣는 자세, 그리고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5·18 정신은 희생자들의 아픔을 잊지 않은 시민들이 지켜낸 가치다. 박 시장의 평소 정치철학도 광주 5월 정신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 YMCA(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손병관 기자(오마이뉴스)가 쓴 박원순 사건의 진상보고서 ‘비극의 탄생’ 북콘서트 패널로 참석한 주홍 화가의 말이다.

광주의 5월 정신과 박 시장의 정치신념을 동일시하는 시민들의 인식 때문인지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콘서트 장은 40여 명의 청중들이 참여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비극의 탄생’은 서울시청이 출입처인 손 기자가 박 시장의 죽음과 의혹에 관련된 50인의 증언을 취재해 기자의 시각으로 해석한, 저자에 따르면 팩트와 의견이 함께 담긴 책이다.

‘박 시장은 왜 죽음을 선택했나’ 라는 손 기자의 내면의 질문이 집필의 동기가 된 이 책은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죽음 직후 충격과 회한 속에서 첫 기사를 송고했던 순간부터 ‘박원순 최후의 날’ 까지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6개월 동안의 기록이 담겨있다. 본문만 무려 334 쪽에 달하는 치열하고도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책의 내용은 박 시장실의 집무실이 있던 서울 시청 ‘6층 사람들’(6층에서 근무했던 공직자들) 20명을 포함한 5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피해자 또는 피해자 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반전의 증언 들이 실려있으며, 미투 사건을 대하는 언론과 왜곡된 사회인식들을 통렬한 시각으로 들춰낸다.

머리글에서 팩트와 의견이 혼재된 기록임을 밝히며, 객관의 스탠스를 지키기 위한 손 기자의 노력이 돋보이긴 하지만 이 책은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겐 불편한 느낌을 안겨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서로 평행선을 긋는 이 격한 갈등에 대해 김 기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어떤 이는 그래도 박 시장이 덕업을 많이 쌓아 천국에 갔을 거로 믿고, 또 어떤 이는 그가 위선이라는 대죄를 지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으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그가 이도 저도 아닌 ‘연옥에 갇힌 영혼’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실의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진실의 문은 아직 닫혀있다는 시각에 동의하는 이들은 김 기자의 이번 책이 박 시장의 죽음에 얽힌 진상규명에 재접근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 패널로 참여한 정철승 변호사는 "손 기자의 ‘비극의 탄생’을 통해 박 시장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기자는 정 변호사의 언급에 굳이 첨언하지 않았다.

손 기자는 집필 후기에서 "내 책이 나왔다고 박원순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박 시장과 온전히 이별할 수 있는 ‘핑곗거리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밝히며 "지난 1월 그가 죽은 후 처음으로 경남 창녕의 묘지를 찾았다. 묘비도 기념물도 없는 초라한 묘지 앞에 생전에 그가 좋아했다는 딸기와 양갱을 올리며 나지막히 물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숙제를 남겨놓고 갔냐고" 회한을 남겼을 뿐이다.

조기숙 교수(이화여대 국제대학원)는 추천사에서 "이번 일을 통해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논의하는 담론이 우리사회 민주주의 성숙도를 한단계 끌어올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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