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고기철 제39대 제주경찰청장 취임사, "제주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시책을 구상하고 시행할 것"

고기철 제주경찰청장

[더팩트|제주=문형필 기자]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그리고 사랑하는 제주경찰 동료 여러분!

코로나 상황과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제주경찰에 대해 항상 따뜻한 격려와 관심을 보여주신 제주도민 여러분께 먼저 존경과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저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섬 제주의 치안을 책임지는 영광스러운 소임을 맡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저는 누구보다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명품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제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오신 제주경찰 선배님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치안 현장에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제주경찰 동료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며, 코로나19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남다른 열정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제주경찰을 이끌어주신 전임 강황수 청장님께도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제주경찰 동료 여러분! 최근 연이어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스토킹 피해자 보호 사건 등에서 경찰의 현장대응 미흡논란 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또한, 수사구조 개혁 이후 접수사건의 증가로 인해 처리가 지연되면서 국민들의 치안만족도와 수사 경찰의 사기도 저하되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행안부에서 발표한 지역안전지수에서는 제주도가 범죄, 생활안전 등 분야에 가장 취약한 광역자치단체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국민 관광지인 제주는 치안 이슈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고 전국적인 전파력이 매우 큰 특성이 있어 다른 어느 지역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제주경찰의 현장부서 1인당 업무량은 전국 최상위권으로 다양한 치안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제주경찰은 한정된 인력과 장비로 나날이 변화하는 치안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의식을 제주경찰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치안 거버넌스를 확장하고 현장 총력체계를 구축하여 현장 경찰관에게만 과중한 부담을 주는 현 체계에서 관련 기능과 관리자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변화하여야 합니다.

또한, 한정된 인력·장비·예산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야 합니다.

‘과학적 치안’의 개념을 도입하여 치안에 관련된 각종 데이터를 분석, 범죄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여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경찰의 가장 중요한 존재 가치이며 엄숙한 국민의 요구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의 역량과 시스템은 이와 같은 임무를 처리하는데 최적화된 것인가’를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경찰업무는 다른 어떤 기관의 업무보다 더 넓은 현장과의 접점과 긴급성을 가지고 있어 오판의 위험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장상황은 늘 동일하지도 또 예고되지도 않기에 현장에 더 많은 관심과 역량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제까지 현장에 담당 경찰관만 출동하였다면 앞으로는 사안에 따라서 과장 또는 서장이 함께 진출하여 현장상황을 관리하여야 합니다. 현장출동과 현장관리가 유기적으로 결합 되어야만 현장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112신고와 고소·고발 등을 통해 전달되는 국민의 목소리에서 위험을 예측·판단하여 적절하게 대응하는 위험경보체계가 작동되어야 합니다. 특히 아동,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고에는 ‘민감대응시스템*’을 가동하여 집단지성을 통해 가장 적절한 대응을 끌어내야 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위험을 인지할 수 없는 사안이라도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판단하면 그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중 보고체계와 여러 담당자, 여러 경찰서에 분산되어 있는 사건을 종합하고 분석하는 시스템 또한 갖추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완벽히 지켜내기 위해 저와 함께 고민해 주시고 현장에서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치안시책의 수립과 평가에 도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그 결과를 환류함으로써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치안시책을 구상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치안활동의 방향성을 정함에 있어 범죄통계, 취약요소 진단 등 객관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요구가 충실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자치경찰위원회를 중심으로 도민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각종 정책 수립과 점검에 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주도형 치안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모든 사회구성원이 범죄에 대하여 공동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자치경찰제의 취지에 맞게 치안행정과 자치행정의 결합을 통해 도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치안시책을 발굴·시행하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사구조 개혁을 통해 경찰 수사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 들었습니다.

수사의 주체성이 부여되어 보다 완결성 있는 수사, 피해자 중심의 따뜻한 수사활동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수사경찰 개개인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인력과 수사 지휘체계를 보강하는 방안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법집행은 시대적 가치이며, 불공정과 부패는 사회의 통합과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인식하에 수사역량을 집중하고 특히 서민침해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하게 대응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보이스피싱, 다단계 코인사기, 농수산물 및 숙박업 사기 등 서민들의 피땀을 갈취하고 관광 제주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범죄의 근절을 위해 제주경찰청 및 각 경찰서의 모든 수사부서가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범죄피해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고 나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뒷받침해야 합니다.

다만, 수사만능주의에 매몰되어 자칫 수사의 절차적 공정성과 인권을 도외시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반드시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며, 피해자에게는 내 가족의 일이란 마음으로 그들의 상처를 헤아려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제주경찰 동료 여러분!

저는 제주경찰이 도민들로부터 곁에 있으면 늘 흐뭇해지는 경찰, 함께 동행하고 싶은 경찰로 평가받길 염원하며 경찰업무를 대하는 다섯가지 자세와 방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늘,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하여 달라지는 환경, 새로운 치안 수요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어떤 일이라도 척척 잘 해내는 ‘전문(專門) 경찰’,

늘,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과 동료들을 참여시켜 공감과 소통을 하는 ‘감성(感性) 경찰’,

늘, 112대응체계를 고도화하여 주민의 곁에서 언제 어디서든 가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안심(安心) 경찰’,

늘, 투명하고 공평무사한 업무처리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정(公正) 경찰’,

마지막으로, 늘, 매뉴얼과 현실의 한계를 선제적·적극적으로 극복, 도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열정(熱情) 경찰’입니다.

자랑스런 제주경찰 동료 여러분!

제주경찰이 도민들로부터 함께 동행하고 싶은 경찰로 만들기 위한 도전의 여정에 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는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함께 인식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고 얻어진 성과물은 오롯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 여정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혼란스럽고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근본으로 돌아가 본질적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고결한 사명을 돌아봐야 합니다.

本立道生의 정신으로 헤쳐나가면 언젠가 바른 길에서 갈채와 보람을 느끼실 겁니다.

책임있는 자리에는 항상 제가 있을 것이며, 어려운 일은 늘 앞장서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중에 발생하는 실수는 최대한 면책하고, 그 책임은 제가 짊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제주경찰 동료 여러분

제주도를 사랑하는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된 것을 무한한 기쁨으로 생각하며, 여러분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후원자로서 여러분의 노력을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제주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고 있는 여러분의 고결한 헌신에 깊은 존경을 드리며 여러분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hyej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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