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기 앞에서 보이스피싱 전달책 '직감'…수사 파트에만 26년 근무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러 가던 한 경찰관이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입금하고 있던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단번에 알아보고 붙잡았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8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있는 한 은행 현금인출기 앞.
부산 연제경찰서 소속 정찬오 경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3차)을 하러 가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한 남성이 5만 원권 지폐를 쌓아두고 입금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는 그 남성을 유심히 지켜봤다. 주머니에서도 연거푸 현금을 꺼내 입금하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직감했다.
정년을 1년 앞둔 정 경감은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 파트에서만 근무했었다. 이력에서 보듯 '베테랑'인 정 경감은 112에 신고한 뒤 시간을 끌기로 마음먹었다.
정 경감은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입금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따졌다.
그 남성은 당황하며 입금을 멈췄고, 정 경감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동안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그 남성을 붙잡았다.
정 경감의 촉대로 그 남성은 보이스피싱 전달책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20대 보이스피싱 전달책은 피해자에게 가로챈 2400만원을 현금인출기를 이용해 수차례 나눠 송금하려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베테랑 경찰이 ‘매의 눈’으로 보이스피싱범을 붙잡았다"며 "피해자의 소중한 돈도 돌려줄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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