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시인, 세 번째 시집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 펴내

드들강변(전남 나주)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김황흠 시인이 생애 세번째 시집 책장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 를 펴냈다. /표지 캡처

자연과 더불어 ‘너나없이 살아가는’ 궁극의 관계 꿈꾸는 117편 선보여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드들 강(전남 나주) 둑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김황흠 시인이 생애 세 번째 시집 ‘책장 사이에 귀뚜라미가 산다’(문학들 시선)를 펴냈다.

벼논과 밭을 일구며 일상을 영위하는 시인답게 그의 대다수의 시는 자연과 ‘너나없이 지내는’ 남다른 경지를 보여준다.

강물위에 쓴 시, 호랑지빠귀, 동백 피다, 동냥치 풀, 민들레, 연리목, 토란대, 탱자와 호박 등등 그의 시 제목들이 보여주듯, 그를 둘러싼 강촌의 생태환경에서 그의 시어가 건져 올려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생태 오브제들은 문학적 관형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한 몸살이’라는 궁극의 관계에 닿기 위한 시인의 치열한 몸짓이 담겨있기에 예사롭지가 않다.

이번 시집에 해설을 부친 이대흠 평론가는 "김황흠의 시에서는 사람과 자연 속 대상이 따로 놀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람인 화자가 동물과 식물의 말을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그들과 대화를 한다"고 해석한다.

이대흠 평론가는 ‘즐거운 음표들’이라는 다음과 같은 시를 전형적 사례로 제시한다.

"노래라도 불러야 기분 좋지.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말해봐. 버드나무는 추운데 뭐하러 나왔냐고 묻는다"

강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기에 김황흥의 시는 도처에서 ‘물의 이미지’가 드러난다.

김 시인의 물의 이미지는 때로 흐린 물로, 때로는 흙탕 물로, 때로는 막걸리라는 서사적 물로 한유되면서, 종국에는 모든 오염된 것들을 섞어 흘려보내는 강물로 은유되는 맑은 물의 세계에 대한 시인의 간절한 염원으로 귀착된다.

이때문에 김황흠의 시어가 천착하는 다양한 물의 이미지는 현실적인 삶과 이상의 세계에 대한 경계, 또는불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 불화는 시인의 외로움과 고독의 초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선다.

평론과 이대흠은 해설의 마지막에 김 시인의 시에서 더러 번뜩이는 해학을 적시하며 "이번 시집이 풀 여치의 노래였다면, 다음 노래는 해학과 삶의 건강성이 돋보이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기대를 밝혔다.

한편 김황흠 시인은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2008년 ‘작가’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숫눈‘’건너가는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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