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1 '권분상자 보내기'에서 시즌7 '김장나눔'으로 2년 동안 이어져
[더팩트ㅣ순천=유홍철 기자] 김장시즌을 맞아 순천형 권분운동 '다같이 김-치-!'가 시민들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순천시는 11월 한달간 시민이 낸 기부금으로 김장을 담가 어려운 이웃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 3주 동안 모아진 기부금 1억원을 밑천으로 각 읍·면·동별 봉사단체 회원들이 앞장서고 있다. 김장량은 10톤, 3000여 가구의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요긴한 반찬이다. 가구당 전달된 양은 5㎏으로 풍족하지 않다.
하지만 기부금을 낸 이도, 절인 배추 등 김장재료를 생산하는 농가도, 함께 모여 김치를 버무리는 봉사단체 회원들도, 김치를 전달받은 분들도 웃음꽃이 피고 있다.
▶권분상자로 시작... '나눔을 권장한다'는 권분 용어 정약용 목민심서 출처
'권분(權分)'은 글자 그대로 나눔을 권장하는 것으로 목민심서에서 나온 말이다. 다산 정약용이 부자들에게 어려울 때 재물 나누기를 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3월 허석 순천시장은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조금 더 가진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운동을 제안한 것이 출발점이다.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코로나19로 무료(단체)급식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당장에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학교 밖 청소년 등 이었다. 시민 기부금은 2억4600만원이 모아졌고 유관기관 단체, 각종 동우회 등의 기부 릴레이로 이어졌다.
시는 일 주일 분의 식료품·생필품을 담은 권분상자를 만들었다. 권분상자는 6회에 걸쳐 5500명에게 전달됐다.
▶ 시즌1에서부터 시즌7까지 이어져...전시민 혜택
'권분상자 보내기운동'이 시즌 1이라면 시즌 2는 '전 시민 마스크 나눔운동'으로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시작한 마스크 기부운동이다. 6살·5살 남매도, 조카의 첫 월급을 의미있게 쓰고 싶다며 향우도 참여했다. 마스크 기부함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마스크를 두고간 이들도 있었다.
마스크 권분운동은 나도 누군가 도울 수 있다는 참여의식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기부된 마스크는 147만매, 전 시민에게 1인당 3매와 대중교통, 관광지, 영업제한업소에 배부했다.
시즌 3은 '착한 선결제 운동'이다. 월급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카페·헬스장 등 단골업소에 미리 결제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관내 단체, 공무원, 시민 등이 2342회 참여했다.
시즌 4는 '권분가게'이다. 가져가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게 가져가기 위해 만들었다. 권분가게에는 시민들의 2억여원의 기부로 다양한 식료품과 생활잡화 등이 채워졌다. 80대 할머니는 직접 재배한 미나리도 기부했다. 1인당 월 1회, 3만원 상당의 생필품을 무료로 가져갔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8217명의 시민들이 이용하였다. 외국인 유학생 300명에게도 지원됐다.
시즌 5는 '어깨동무 가게'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만 18세 미만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식사, 미용, 학원 교육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희망 나눔운동이다. 업소들의 자발적 시작에서 비롯됐다. 올해 5월 어깨동무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4호점으로 늘어났다. 103명의 학생들이 교육청과 학교로부터 추천되어 어깨동무 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시즌 6은 '모두애(愛)티켓 나눔운동'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장애인 인식개선 운동이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학교 가는 길'을 시민들이 무료로 관람한다. 모금된 기부금은 3400여만 원으로 올해 7월부터 시민기부금으로 영화티켓을 구입하여 2167명이 관람했다. 영화관람은 티켓이 소진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시즌 7은 앞에서 언급한 '다같이 김-치-!'운동이다.
▶ 순천형 권분운동의 성과와 의미
순천형 나눔 권분운동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부나 봉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자만이 아닌 누구나 손쉽게 기부하고 누구나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동체 나눔문화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둘째, 시즌제를 도입함으로써 일상에서 꾸준히, 시기별로 특정 주제를 갖고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셋째, 기부 및 나눔의 형태가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현금이나 물품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와 의식 개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 형태로 진행됨으로써 다양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순천시 권분운동의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익산시의 나눔곳간 등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5월 '참 좋은 지방정부 협의회 정책대상'과 6월 '거버넌스지방정치 대상(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한 권분운동은 현재까지 시즌 7 '김장 나누기'까지 진행되고 있다. 전 시민이 기부자인 동시에 수혜자인 시민운동으로 정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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