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감시 명분으로 국가 땅 무단 점유한 뒤 불법 컨테이너와 광고탑 설치
[더팩트 | 임실=이경민 기자] 군부대와 경찰서 앞에서 장송곡을 틀어대며 악성 소음을 일으킨 70대 남성이 이번엔 공무원과 주민을 상대로 무차별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이 남성은 이런 일련의 행위에 대해 공익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국가 소유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해 불법 가설물을 설치한 뒤 행정기관을 비판하고, 과도한 정보공개 등을 신청해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며 괴롭힘을 일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 "임실군 산하 기관 직원이 판매 대금 빼돌려 고급 외제차 타고 다닌다" 허위사실 유포
30일 임실군의 한 산하 기관에 근무하는 B 씨. 그는 최근 괴상한 소문에 휩싸여 괴로움을 호소했다.
B 씨에게 붙여진 소문은 다름 아닌, 거래처에서 판매 대금을 빼돌려 재산을 증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은 생전 보지도 못한 2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몰래 타고 다니는 것처럼 꾸며졌다.
B 씨는 만나는 지인마다 ‘횡령’에 대해 걱정을 했고, 그럴 때마다 그는 해명하기 바빴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횡령’에 대해 얘기를 꺼내자, B 씨는 소문의 출처를 찾기 시작했고, 악성루머에 대한 출처가 A 씨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B 씨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B 씨가 거래처로부터 불법으로 수수료 5%씩을 받아 재산을 증식했다. 이에 대한 증거서류도 있으며, 빼돌린 돈으로 2억 원짜리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A 씨는 임실의 한 노상에 주차된 고급 외제 승용차 사진을 촬영한 뒤, B 씨의 차량으로 둔갑시켜 허위사실에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작은 동네에서 B 씨의 횡령 의혹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다.
상황이 이러하자 B 씨는 해당 차량을 수소문해 자신의 차량이 아님을 해명하고 다니자, 이번엔 A 씨는 "B 씨의 아내가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다, 그 이후에는 차량 명의를 다른 사람으로 등록했다"는 허위사실을 재차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잦은 해명에 지친 B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결국 경찰에 이달 중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 씨는 경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A 씨의 불법행위를 전해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다름 아닌 A 씨가 이미 다른 군민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
B 씨는 "A 씨가 허위사실 유포는 물론 정보공개를 지속적으로 신청해 공무원들이 힘들어 한다"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공무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 "경상도 사람이 왜 전라도 임실군 일을 낙찰받나?"
A 씨의 행정을 향한 괴롭힘 행위는 공무원 뿐만 아니라 선량한 군민에게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임실군에서 자영업을 운영하는 C 씨는 최근 A 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 씨가 자신의 사업장이 불법을 일삼고 있으며, 최근 C 씨가 임실군으로부터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사업에 대해서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C 씨는 경상도 사람이다. 왜 임실군이 경상도 사람에게 일을 주냐"면서 "그의 사업장에서 불법을 일삼고 있고 그가 낙찰받은 사업도 절차가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다"고 주장했다.
C 씨는 이러한 A 씨의 괴롭힘 행위에 대해 중단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 씨의 괴롭힘 행위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C 씨는 A 씨에 대해 경찰에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공무원은 "A 씨가 임실군에 공사 등을 요구했고 이를 들어주지 않자 이런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A 씨에게 사실 여부를 묻자, 그는 "OO다리 근처에 카페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는 했어도, 나는 군에 일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 국가 땅 무단 점유, 불법 가설물 설치…상복 입고 시위
A 씨의 이러한 막무가내 식 횡포에도, 그를 제지할 사람은 임실군에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장송곡 시위로 전국에 유명세를 떨친 악명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A 씨는 과거 임실군청과 군부대 앞에서 장송곡을 틀고 시위를 벌였고, 검찰은 그가 벌인 불법 시위에 대해 헌정 사상 최초로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게다가 당시 A 씨의 장송곡에 시달린 군부대가 방음벽을 설치하자, 그는 방음벽 위로 확성기를 놓고 집시법이 정한 소음 기준치를 넘은 장송곡을 틀어대자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그가 또다시 상복을 꺼내 입고 군청 앞에 나타나자,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했다.
현재 A 씨는 임실군청 옆 국가 소유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고, 그 위에 불법 컨테이너를 설치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임실군 행정감시단’이라는 단체를 조성한 뒤, 불법 컨테이너 위에 광고판을 설치해 행정과 공무원 등을 마구잡이 식으로 비판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취재진이 A 씨에게 이러한 일들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적이 없다. 사람들이 자기를 미워해서 서로 짜고 험담을 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자라면 오히려 임실군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치즈를 ‘임실치즈’로 둔갑 시켜 판매하고 있으니, 이런 것에 대해 취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취재 결과 A 씨가 주장한 ‘임실치즈’ 둔갑 주장도 근거 없는 허위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임실군의 또 다른 군민으로부터 A 씨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장이 접수됐다"면서 "A 씨를 재차 불러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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