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경황없는 유족들에게 장의용품을 시중가보다 높게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단속에 나서야 할 광주시와 도시공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위탁사업자인 효령영농조합법인은 악덕업자들로부터 영업권을 침해받아 매출이 급락했다. <더팩트>는 장례지도사와 장의차 운전기사, 상조회사 등 악덕업자들이 유족들에게 봉안함과 명패 등을 알선하는 실태와 효령에 대한 도시공사의 갑질, 그리고 불법판매행위를 조장하는 현장을 취재해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2015년 1월 관련법 개정·공포·시행으로 행정처분 근거 마련…광주시와 도시공사, 단속은커녕 효령에게 떠넘겨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영락공원 내에서 장례지도사와 장의차 운전기사, 상조회사 등 악덕업자들이 유족들에게 장의용품을 시중가보다 높게 판매하는 알선, 구매 강요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도 광주광역시와 광주도시공사는 책임을 떠넘기며 단 한 차례도 단속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도시공사는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행정권과 감독권이 없기에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민간위탁사업자인 효령영농조합법인(효령)이 주체가 되어 ‘상행위를 못 하도록 단속할 수 있다.’는 이중적 입장으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공사는 효령이 ‘영락공원 내 장례용품 불법판매 단속 협조 요청’의 건을 광주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효령의 영업권이 침해받는 결과를 초래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1월 28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개정·공포했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 봉안시설 등 유족에게 호화·사치 장례용품의 구매 또는 시설물 이용을 강요·강매할 경우 설치 관리자 또는 영업자에게 과태료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광주시는 도시공사가 도시공사는 효령이 단속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악덕업자들은 영락공원 내에서 불법영업을 해오며 배를 불려온 것으로 나타났다.([기획-영락공원 위탁 운영사 효령영농조합의 ‘눈물’①] 혐오시설 유치 조건 ‘위탁 운영권’은 허울뿐) 참조.
효령은 지난 2016년 S업체가 자신들의 영업권을 침해한 이유를 들어 영업방해등금지청구 등의 소(2016가합58418)를 제기했다. 재판 결과는 패소했지만 영락공원의 불법행위 단속권은 ‘광주광역시 등’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위탁받았더라도 제3자인 피고들에게 이를 이유로 직접 그 운영권을 주장하여 위반행위의 금지를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영락공원의 관리주체인 광주광역시 등에게 행정권의 발동을 신청할 수 있을 뿐, 침해자에게 직접 그 권한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효령은 2020년3월11일 광주도시공사에 ‘영락공원 내 장례용품 불법판매 단속(효령2020-03)’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시공사는 두 달여 뒤 회신(영락공원팀-1077)에서 ‘영락공원 내 장례용품 불법판매에 따른 단속요청사항은 영업권을 가지고 있는 효령영농조합법인이 주체가 되어 불법행위에 대해 적극 대처하여 조치를 취하라.’며 고문변호사의 자문결과 공사에서 대처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회신했다.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도시공사는 관리주체인 광주시에 통보하지 않고 임의대로 처리하고 효령의 요청을 묵살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가 있던 지난 24일 "민간기업 직원이 어떻게 행정권과 감독권이 발동해 단속을 하느냐"며 "우리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단속할 수 없다. 공무원 신분을 가진 사람이 단속할 수 있다"고 말하며 광주시에 떠넘겼다.
광주시와 도시공사가 외부업체의 영락공원 내 장례용품 판매 단속을 손 놓고 있는 사이 위탁사업자인 효령은 악덕업자들의 영업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매일 실랑이를 벌이거나 몸싸움까지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경 효령 직원은 악덕업자들이 영락공원 내에서 장례용품을 판매하는 것을 목격하고 영업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해 몸싸움을 하며 욕설을 한 혐의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지난 25일에는 2추모관에서 한 장례업체가 외부업체에 고인의 명패를 주문하려다 실수로 효령 측에 주문을 넣어 한참 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효령 관계자는 "장례업체가 장의차 기사 소개로 외부업체에 명패를 주문하려다 실수해 우리에게 주문을 넣었다. 운영 관련해 설명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이처럼 외부업체들이 영락공원 내에서 영업하는 실태지만 단속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유족에게 명패를 소개하려다 효령측과 실랑이를 벌인 장례업체 A대표는 "실수로 그런 것이다. 유족들이 듣게 될까 봐 조용조용히 수습할려고 하는데 효령 측의 언성이 커지면서 잠시 소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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