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두더지 게임'에 생존 갈린 경남 자치단체장들

1980~90년대 문구점 앞이나 변두리 오락실에서 인기를 끌던 두더지 게임. 2021년 경남 선출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두더지 게임을 연상케 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졌다./경남=강보금 기자

의령·함양 군수 살고, 사천·합천 타격 받아

[더팩트ㅣ경남=강보금 기자] 1989~90년대 문구점 앞이나 변두리 오락실 등에서 '두더지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두더지 게임은 제한 시간 내에 6개 내외의 구멍에서 무작위로 튀어 오르는 두더지 머리 모형을 구멍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빠른 반사신경으로 망치로 내려치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두더지 머리들이 깝죽거리며 놀려대는 말들에 더욱 열을 올려 망치질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돌연 2021년 경남 지역 선출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두더지 게임을 연상케 하는 생존 게임이 벌어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거나 논란을 일으킨 이들이 마치 두더지 게임 속 두더지가 돼 판사봉에 벌을 받기도 가까스로 법의 태두리 안에서 직을 유지하기도 한 일련의 사건들을 모아 보았다.

송도근 전 사천시장(왼쪽)과 문준희 합천군수./페이스북 캡처

◆두더지 게임서 직격탄 맞은 장들

우선 두더지 게임에서 백기를 든 지자체장으로는 송도근 전 사천시장을 꼽을 수 있다. 송 전 시장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아 시장직을 상실했다.

송 전 시장은 지난 2016년 사업가 등으로부터 각각 700만원 상당의 의류와 상품권 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한 그는 2018년 1월 관급공사 수주 편의를 봐준 대가로 부인을 통해 건설업자에게 5000만원 상당의 선거자금용 현금을 받은 혐의(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와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이 들어오자 소속 공무원을 통해 아내에게 증거은닉을 지시(증거은닉교사)한 혐의도 받았다.

문준희 합천군수는 지난 6월 1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부로부터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 군수는 지난 2014년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당시 새누리당 합천군수 경선에서 낙선한 뒤 500만원과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10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문 군수는 즉시 항소의 뜻을 밝혔으며, 검찰은 문 군수에 대해 벌금 500만원과 추징금 1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문 군수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12월 8일 열릴 예정이다.

오태완 의령군수(왼쪽), 서춘수 함양군수(가운데), 한정우 창녕군수(오른쪽)./페이스북 캡처

◆가까스로 타격 피해 살아남은 장들

두더지 게임에서 가까스로 타격을 피한 지자체장도 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지난 12일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류기인 부장판사)로부터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올해 4·7 재보궐선거 당시 배포된 책자형 공보물과 벽보 등에 자신의 경력사항으로 경남도 재직 당시 급수를 경남도 1급 상당 정무특보를 지냈다고 잘못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시 오 군수의 전 경남도 정무특보 자리는 1급 상당이 아닌 5급 상당 별정직"이라며 허위사실 기재를 이유로 검찰에 고발해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직을 유지했지만 오 군수는 또한 지역 여성 언론인에 대한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오 군수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결백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마천 다랑이논 벼베기 체험행사에 운영비를 지원해 선거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체험행사는 함양군이 주관하고 함양 마천농협이 주최한 행사로 일반운영비 명목의 297만900원이 지급됐다.

공직선거법상 법령 또는 지침, 지자체 조례 등으로 정한 행사 등이 아니면 일반운영비를 지출할 수 없도록 근거기준이 규정돼 있다. 다만, 함양군 측은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내리쳐질 것인가 말 것인가

한정우 창녕군수는 지난달 20일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창녕군체육회의 민선 전환 이전 당연직 회장을 맡아왔던 한 군수는 당시 체육회 관리 및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에 경찰은 한 군수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일부 인정해 송치 결정을 내렸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은 '창녕군체육회 보조금 횡령' 사건과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체육회 간부가 지난 2013년 체육회의 보조금계좌에서 3000만원 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무단이체해 횡령한 것을 시작으로 11명의 계좌로 무단이체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5월까지 총 332회에 걸쳐 56억5000여만원의 보조금을 위법, 부당 횡령한 사실이 경남도 감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금고형 또는 징역형이 확정되면 직을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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