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선수 무차별 폭행 충격에 대회 출전 ‘포기’... 가해자는 버젓이 ‘출전’
[더팩트 | 상주=황진영 기자] 올해 초 ‘故 최숙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 의결돼 체육계 인권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다시금 고질적인 ‘체육계 폭행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다.
MBC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국 승마대회를 하루 앞둔 여자 후배 선수를 남자 승마선수들이 폭행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행 사건은 전국 단위 승마 대회를 하루 앞둔 시점인 지난 12일 밤, 경북 상주의 한 모텔 주차장에서 벌어졌다.
이날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자료에는 남자 승마선수 A씨(20)가 후배인 여자 승마선수 B씨의 목을 강하게 가격한 뒤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후 이들은 B씨를 밀어 쓰러뜨린 다음 배를 발로 걷어차고 다른 선수 3명이 주차장으로 와 B씨의 상태를 살핀 후 B씨를 일으켜 세워 모텔 방으로 옮겼다. 당시 이들은 모두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절한 후 정신을 찾은 B씨는 "선배들이 두 시간동안 모텔방에서 ‘별일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고 압력을 행세 했다"며 "폭행을 당한 이유는 ‘A씨에게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폭행 사흘 만에 A씨는 B씨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A씨는 "정말 미안하다. 많이 후회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많이 반성 중이고 후회 중"이라며 "너만 괜찮다면 너 있는 곳으로 가서 직접 얼굴 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 폭행 현장을 찾았던 다른 선배 선수들은 "강제로 방에 데리고 간 건 아니다"며 "화해시키려 했다"고 해명했다.
B씨는 사건 충격으로 이튿날 대회 출전을 포기했지만 가해 선수와 선배들은 대회에 정상 출전했다.
결국 피해자 측 코치가 가해자 측 코치에게 문제를 제기하자 가해자 측 코치는 "무슨 기집애 하나 뺨따귀 하나 맞은 걸로 일을 크게 만들어, 까불어 가지고 한대 때렸다고 뭐 어쩌라고 XX 알아서 해"라고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계속 욕을 하면서 야, 일어나! XXX아, 일어나! 죽은 척하지 마 일어나"라며 "힘이 빠진 저를 그냥 물건 집어들 듯이 짐 옮기는 듯 하는 게 너무 느껴지고 보여지는 게 슬프고 수치스러웠다"며 당시 참담했던 심경을 고백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 선수의 심리 치료와 폭행에 대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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