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구…경찰에 적극 협력할 것"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창밖으로 던졌다던 그 휴대전화다.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이 확보하려던 휴대전화가 경찰의 손으로 들어간 것이다. 범죄 혐의점이나 수사 대상이 다수 중첩되고 있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검경간 수사권 갈등을 촉발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등도 제기된다.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은 8일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 증거인멸 의혹 고발 사건을 접수해 당일 수사에 착수했다"며 "현장 CCTV 분석 등을 통해 휴대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관련 고발장 접수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뒤 같은 날 유 씨 거주지인 경기 용인시 인근 오피스텔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유 씨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던졌다던 그 휴대전화다.
당시 검찰은 인근 CCTV를 확인하고, 주변 탐문 수색을 벌였지만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이 열흘 가까이 찾던 휴대전화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발견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휴대폰을 토대로 검찰과 적극 협의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당시 휴대폰 수색을 위해 모든 CCTV를 철저하게 확인하지 못한 검찰 수사팀의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확보된 휴대폰에 대한 경찰의 분석에 적극 협력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번 사건 의혹의 중심에 선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함에 따라 미묘한 갈등 조짐도 일고 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없이 관련 수사를 이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과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휴대전화를 완전히 넘겨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수사권을 두고 경쟁 관계에 있는 검경의 '샅바 싸움'에서 경찰이 우선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상황으로 해석된다. 그간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 등에서 뒤쳐져있던 경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확보를 기점으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제정된 수사준칙 규정이 있지만 두 기관이 완벽하게 정보 공유를 할 수는 없다"며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로 인해 수사 주도권이 경찰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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