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소방시설 오작동 지난해 851건… 전년보다 200건 늘어

인하대학교 인근의 한 커피숍에 설치된 소방비상벨. 사진/지우현 기자

전문가, 소방시설 철저한 관리·대응 강조

[더팩트ㅣ인천=지우현기자] 직장인 A(26·여)씨는 최근 인천 부평구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 소방비상벨을 듣고 대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식당 주인은 대피를 언급하지 않았고 다른 손님들도 벨을 꺼달라고만 요청할 뿐 대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쿠팡물류센터 화재나 스팀세차 화재 등 굵직한 화재가 연달아 생겼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소방시설에 대해 무관심한 거 같다"며 "오히려 부산을 떤 제 자신이 창피했다. 다행히 비상벨은 오작동이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주택가를 비롯한 모든 건물에 설치된 소방시설에 대한 오작동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잦은 소방시설 오작동이 소방인력 낭비와 화재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며 관리자의 잦은 점검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23일 <더팩트>가 인천소방본부에 요청해 받은 소방시설 오작동 신고건수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신고된 소방시설 오작동은 무려 2955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8건 이상의 소방시설 오작동이 신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2018년 584건 ▲2019년 665건 ▲2020년 851건 ▲2021년 9월 15일 기준 855건으로 집계됐다. 순차적으로 80건에서 100건, 200건 이상씩 급증하다 올해는 3분기에만 이미 지난해의 신고건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집계된 소방시설 오작동은 주택가를 포함한 인천 모든 건물에서 접수된 신고건수"라며 "매년 크게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방시설 오작동으로 비롯된 주민들의 신고와 '자동화재 속보설비'에 따른 기계적인 신고로 소방인력이 낭비되고 있고, 나아가 잦은 오작동으로 '안전불감증'까지 생겨 대형화재로 이어지고 있다며 소방시설의 철저한 점검과 대응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규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는 "최근 발생한 쿠팡 화재나 스팀세차 화재 모두 소방시설의 미흡한 관리와 대응에서 비롯됐다고 봐야한다"며 "소방시설 오작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체계적이지 못한 관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철저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소방시설도 오작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엔 시설 교체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철저한 관리로 오작동을 줄여 안전불감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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