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났나?'...아내 몰래 통화 녹음한 40대 남편 2심서도 선고유예

대구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양영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원심과 같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이성덕 기자

[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아내 외도를 의심해 몰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편에게 항소심에서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양영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원심과 같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란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을 뜻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집안에 녹음기 등을 설치해 아내의 통화와 대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대해 원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9월 11일 아내 B씨(46)가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하자 불륜을 의심하고 잠든 사이에 아내가 친구 C씨와 핸드폰 대화내용을 보고 녹음까지 되는 카메라를 안방 서랍장에 설치해 통화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가 친구 C씨와 대화한 내용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추석에 연락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내용', '만나자고 약속하는 내용'이 있었다.

또 A씨는 2019년 11월쯤부터 위장 쪽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듬해 1월 7일 건강검진을 통해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당시 자신의 칫솔에 락스 냄새가 나자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칫솔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칫솔의 방향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2월 5일 설치한 녹음기를 통해 아내 B씨가 화장실 안에서 무언가를 뿌리면서 "왜 안 죽노", "락스 물에 쳐 담그고 싶다", "오늘 진짜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등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녹음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카메라를 설치해 B씨가 칫솔에 락스를 뿌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A씨는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8일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했다. 대구가정법원은 A씨 주거 및 직장에서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임시보호명령을 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아내 몰래 대화 내용을 열람한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졌고, 범행 후 5년이 훨씬 넘도록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유지한 점 등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한다"며 "피고인의 녹음·녹화한 행위는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수단이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 아내 B씨의 범행이 은밀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이뤄지는 상황에서 범행에 대한 증거 수집을 위해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의 요건도 갖췄다고 인정되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 형법에서 정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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