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집단감염 대처 이렇게 했다”

<더팩트>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이창형 병원장과 기획조정실장인 김영환 교수를 만나 집단감염 발발 당시의 급박한 병원 상황을 들어봤다. 이창형 병원장(좌)과 김영환 교수(우)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제공

클린존 구분해 '기존 환자 치료'와 '코로나19 확산 방지' 투트랙으로 대처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지난 8월 21일 3차 종합병원인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지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100명대로 치솟았다.

코로나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감염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에 대구시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300배나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수의 확진자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델타 바이러스라는 변수는 어느 곳도 코로나로 부터 안전지대는 없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줬다. <더팩트>는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이창형 병원장과 기획조정실장인 김영환 교수를 만나 집단감염 발발 당시의 급박한 병원 상황을 들어봤다.

-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당시의 상황과 병원의 대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김영환 교수 : 델타가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이번 집단감염을 통해 처음으로 느꼈다. 이전에도 (다른) 병원에서 한 두 명은 조금씩 나와 전수검사를 하면 대부분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양상에 놀랐다. 8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전수검사를 하면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했다. 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아침과 오후 하루 두번씩 정기회의를 통해 상황을 보고 받고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긴급 대응을 위해 병원장 이하 상황 지휘소와 진료 지휘소, 간호 행정지휘소로 나눠 유기적으로 연계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당시에 대구시 방역당국, 남구 보건소 방역 담당자, 경북 권역 방역 담당자, 서울 방대본 역학조사 총 책임자까지 오는 비상상황이었다. 모두가 협조하면서 유기적인 관제를 맺고 상황에 대처해나갔다.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 환자를 제외한 추가 입원들을 전면 차단하고 응급환자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119와 공조를 통해 가급적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확진환자가 발생한 병동 8층을 우선적으로 코호트 격리하고 병원을 A, B, C 존으로 구분해 코로나와 완전히 접촉이 없는 안전한 구역을 별도로 관리해 외래 환자들 진료를 이어갔다. 외래 환자들 중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어 꼭 필요한 조치였다.

이런 클린존으로 의료인과 환자 보호자도 접촉을 완전히 차단을 해서 필요한 신규입원도 시켰다. 클린존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지난 1차 코로나 사태 이후 얻은 노하우다.

수술등 치료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을 별도로 관리해서 응급 수술과 입원을 통해 기존 환자들의 안전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번 집단감염 사태는 투트랙으로 대처를 했다. 하나는 병원에 발생한 코로나를 진정시켜 더이상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기존의 저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던 환자들이 코로나로 인해 진료를 못받아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대응했다.

이렇게 대응을 하면서 9월 1일 부터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었다. 항암 치료 환자 같은 경우 수술 시기를 놓쳐버리면 안 좋아지기 때문에 구분해 놓은 클린존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창형 병원장 :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3차 병원 진료를 받아야 되는 환자들에 대한 진료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상황 발생 이후에 지역의 3차 종합병원에 협조 요청을 통해 주로 칠곡 경북대병원으로 전원을 보내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다른 병원에서 수용이 안되는 인원들이 절반 이상이 됐는데 별도의 코로나 전담병동을 만들었다. 관리병동을 만들어 저희 병원에서 계속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나서 대처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이창형 병원장 :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나서 대구시청에서 대구시내 상급종합병원장과 주요 병원장들과 모임이 있었다. 그때 모두 보호자 관리와 간병인 관리가 너무 힘들다. 관리가 안된다는 호소가 있었다.

시에서 지침이나 명령이 있으면 그걸 명분으로 통제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니 통제가 안되고 보호자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호자 통제에 대한 문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지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지금까지 대처한 내용들을 정리해서 백서로 만들 예정이다. 앞으로 더 강한 바이러스가 나오더라도 저희 병원의 사례를 공유해서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현재 사태 진정을 위해 직원들 출장과 휴가 모두 금지시켜놨다. 그렇다 보니 민원이 많이 올라 온다. 직원들과 최대한 소통해가면서 노력하고 있다. 지금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있어 감사하고 미안하다.

우선은 환자들의 안전과 집단감염 사태가 종식되야 해서 직원들에게 업무 부하가 더 걸려서 힘들고 불편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직원들에게 계속 협조를 구하고 다 같이 이겨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영환 교수 : 병원의 집단감염 사태가 끝난 다음에도 병원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저희들이 계속 신경쓰는 부분도 그런 부분이다.

특히, 직원들 중에도 확진자가 있다. 이런 확진자 분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가 중요하다. 매일 전화도 드리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가지도록 돕고 있다.

다들 어려운 시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 참고 견뎌주시고 있어 감사하다. 다만 직원들의 불만을 해결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불만을 해결해줄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부분이 좀 안타깝다.

-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창형 병원장 : 저희 병원은 대구 시내의 상급종합병원 중에 하나로 우리가 붕괴되면 우리 병원 환자 뿐만아니라 인접한 상급종합병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중증 환자 치료가 완전히 붕괴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비대위를 구성해 클린존과 감염된 지역을 구분해 진료가 안돼 환자 안전에 치명적 문제가 생기거나 인접 병원에 영향을 줘서 진료 비중을 가중시켜 진료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 오고 있다.

지금은 전체 환자는 좀 줄었지만 인적 사용이 오히려 더 늘어나 직원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지만 모두가 다 힘을 합쳐 두 가지 목적을 잘 유지하도록 하고 지금도 힘은 들지만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지만 묵묵히 도와주시는 우리 교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대구시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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