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대선 후보들, 당정의 오만과 독선에 식상한 이들 다시 붙들 ‘성찰의 리더십’ 보여줘야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으로 민주당의 호남 진지가 더욱 튼실해졌다.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정치 시장에서 계속해서 독과점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진지 다툼을 벌이는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도 경쾌해졌음은 물론이다. 역대 선거들을 되돌아 볼 때 늘 10%대에 묶여있는 보수정당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호남 유권자들이 이제 어차피 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차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짙어진 상황이다.
한때 윤석열의 호남 지지율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 누린 지지율에 임박한 수치를 기록한 적도 있다. 집권여당의 독선과 오만을 신 적폐로 받아들일 정도로 고깝게 여긴 일부 호남인들이 윤석열을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국민의힘 입당으로 윤석열이 사실상 호남에서 정치적 존재감이 사라진 마당에 이제 호남은 다시 ‘보수정당 10%대 도그마’에 갇힐 상황이 반복될 개연성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행복해졌지만 호남의 유권자들은 허탈해졌다. 민주당이 호남의 지지자들을 불변의 정치세력처럼 가지고 놀 때마다 견제와 균형을 위한 대안의 정치세력을 기대했던 꿈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호남이 정녕 그렇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안철수 열풍’이란 지난 현상을 떠올려보면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이제 두 진영이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된 대선 구도에서 제3지대 대안의 정치세력을 기대했던 이들은 마치 이방인들처럼 설 자리가 빈궁해졌다. 어쩌면 이들은 안철수와 윤석열, 그리고 최재형과 김동연이 결집하는 제3의 정치세력을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이 이방인들은 곧잘 중도라는 진영으로 호칭되지만, 썩 명쾌한 일컬음은 아니다. 보수와 진보의 중간인 이념의 스펙트럼이라기 보다는, 보수든 진보든 그들의 불합리한 행태를 견딜 수 없는 유권자 군집이라는 말이 한국정치에서는 더 어울리는 분류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고 또 일부는 야당을 지지할 것이다. 대첩을 치르는 여야 정당의 입장에서 매우 소수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상 역대 선거의 승패는 이들이 갈랐다. 이들을 내편에 세우는 전략이 양 진영 모두에게 절실해진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경선버스에 너무 빨리 태웠다. 중도층의 지지세가 탄탄했던 윤석열이 그들과 더 끈끈한 정치적 기연이 맺어져 쉽게 떼어낼 수 없는 국면이 됐을 때 윤을 데려왔어야 했다. 너무 이른 영입으로 아직은 점착력이 충분치 못한 상당수의 중도층이 떨어져 나갔을 개연성이 짙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경선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본선 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진영의 결집만을 추구하는 ‘원팀 정신‘을 외치는 것만으로 중도에 있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정치 리더로 비쳐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문 정서를 지녔거나 집권당의 오만과 독선에 식상한 이들은 당정의 심장부를 향해 ’바른 말‘을 하는 후보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을 통한 정치발전을 위해 집권여당이 걸어온 족적의 과오와 성찰을 촉구하는 결기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이들은 호남의 유권자들을 향해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는 공허한 빈말을 너무 오래도록 되뇌어 와서 죄송하다고, 그리고 다음부터는 ‘호남의 발전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는 실사구시의 호남사랑을 펼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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