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녹조 라떼’ 대청호 가보니…"녹색 찌꺼기 둥둥" 악취 진동

29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현상이 심각하다. / 옥천=전유진 기자

녹조라떼가 된 대청호 물. / 옥천=전유진 기자

주민 이재홍씨 "대전, 청주사람들 이거 보면 물 못 먹을걸요" 탄식

[더팩트 | 옥천=전유진 기자] "대전이나 청주사람들이 이거 보면 물 못 먹을 걸요."

29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에서 <더팩트> 기자와 만난 인근 주민 이재홍 씨(63)는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로 가득한 대청호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호수 가장자리에는 녹조찌꺼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는 직접 녹조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겠다며 모터보트를 태워줬다. 보트에 타 확인한 물 상태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녹색 알갱이로 가득 찬 물속은 한 뼘 깊이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탁했다.

주민 이재홍 씨가 모터보트를 타고 대청호 녹조 현장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옥천=전유진 기자

29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에서 물 순환 장치인 수차가 작동되고 있다. / 옥천=전유진 기자

그는 "더 녹조가 심한 곳을 보여주겠다. 부소담악으로 가자"고 했다.

부소담악은 금강 지류인 소옥천인 유입되는 지점이다.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녹조가 발생하고 오염이 가장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소옥천에서 흘러든 물이 오랜 시간 고이는 특이한 지형 구조로, 녹조 발생에 취약하다.

이를 입증하듯 진녹색 호수 위에서는 녹조 저감 장치인 수차(수면 포기기) 20대가 분주히 돌아가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설치한 물 순환 장치로 자동으로 번갈아가며 작동된다. 수차가 작동되는 수역의 물빛은 녹색 기운이 훨씬 옅게 느껴졌다.

그러나 보트가 수차를 지나 바위 절벽에 접근하자 그곳 상황은 전혀 달랐다. 물보라의 파장이 거의 미치지 않는 바위 주변은 진한 녹색의 녹조와 수초 등이 뒤엉켜 있었다.

이곳은 녹색 물감을 풀어놓았다는 말 말고는 다른 설명이 어려웠다.

29일 오전동안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 대청호에서 수거된 녹조와 부유물. 옥천=전유진 기자

그는 "지난달에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이곳을 찾아와 1시간 넘게 살펴봐서 이제는 녹조와 이별할 수 있는 건가 기대했는데 결국 똑같다"면서 "인근 축산 시설 등을 관리하고 준설작업 등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 조혁진 차장은 "녹조제거선 3대가 하루 8시간씩 녹조 약 1t 을 제거하고 있다"며 "날씨가 더 더워지고 비까지 안 오면 지금보다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녹조로 인해 중부권의 식수원이 오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본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청호 상류 지점의 녹조가 심각한 것은 맞지만 본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며 "본류 쪽에 이중으로 조류 차단막을 설치했고 이곳과 본류 거리가 있어서 식수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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