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두 차례 '해임 의결'에 김기선 총장 두 차례 '가처분 소송' 맞불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광주과기원(이하 GIST) 이사회가 지난 6월 22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김기선 제8대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구체적인 해임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직무를 성실히 수행할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총장은 지난 6월 22일 이사회 해임 의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심상찮은 족적을 남기고 있어 '도대체 GIST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3월 30일 이사회 사의 수용 의결을 통한 해임 통보, 4월 5일 김기선 총장 가처분 소송 제기, 6월 7일 법원 가처분신청 '모두 인용'에 따른 업무 복귀, 6월 22일 임시이사회 해임 재의결, 그리고 김 총장은 다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다음 달로 예정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사회의 두 차례 해임 의결, 이에 대응한 김 총장의 두 번의 가처분 신청 등 이 과정만을 살펴보면 김 총장과 이사회 간에 극한 갈등이 전개될 만한 심각한 현안이 도사려 있으리라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표명되거나 드러난 사실이 너무 미미하기에 ,GIST의 속 사정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30일 이사회의 해임 의결은 GIST 직원 노조의 총장 중간평가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이사회의 결정이라 판단해 볼 수 있다.
이사회에 앞서 노조는 3월 14일 이례적인 총장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김기선 총장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급여 외 연구수당과 성과급 3억원 이상을 챙겼다", "퇴직 후 노후를 고려해 퇴직교원 잔고계정 운영기준 등을 개정하려 한다", "무리한 인사이동으로 직원 3명이 유산을 했다" 등이 의혹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같은 달 30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김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다는 취지에서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사회의 의결을 "터무니 없는 결정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총장은 28일 "노조가 제기한 의혹들은 모두 과기부에 보고되고 감사를 받아 주의처분이라는 경미한 징계를 받은 사안이었다"며 "성과급을 챙겼다는 노조의 지적도 매년 직원 인건비 부족분 300억원을 25%로 제한된 연구비 간접비로는 충당할 수 없어 연구비의 15%를 내 인건비로 책정해 직원 인건비 부족분을 채우는 데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총장은 "만약 그 돈을 내가 사사롭게 챙겼다면 횡령이나 배임죄로 고발을 당했을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의수용 취지의 해임 결정이라는 이사회의 의결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날을 세웠다.
김 총장은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다"며 "노조위원장과 대화 중에 '직원이 싫으면 총장이 떠나야지'라고 가볍게 했던 말인데 이사회가 이를 침소봉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법원이 내 가처분 소송에서 '모두 인용'이라는 전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도 당시 이사회의 결정이 전혀 근거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2일 이사회의 재해임 의결에 대해 GIST 관계자는 "이사회에 앞서 있었던 교수평의회의 61% 불신임 결의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김 총장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 총장은 "교수 61%가 불신하면 법적 지위를 지닌 총장이 반드시 물러나야 하는 원칙이 있느냐"고 되물으며 "내 자신이 성찰의 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사회가 이를 해임의 명분으로 삼을 수는 없다. '총장 죽이기'의 수단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와 김 총장의 풀리지 않는 갈등은 다음 달로 예고된 법원의 결정에 따라 또 한 차례의 전환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것이냐는 취재기자 질문에 김 총장은 "해임의 부당성을 본격적으로 따지는 본안 소송에 나설 예정이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를 표명한 것이다.
김 총장은 "대학은 그 사회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전제하며 "GIST 개교의 근거인 법안이 개교 30년이 지났지만 문구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학교 운영 정관도 마찬가지다. 이에 근거해 운영되는 이사회 또한 낡은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사회도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하고, 이사장을 비롯한 구성원들 또한 혁신적인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김 총장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혁신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면"이라며 "이 싸움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첨단공학의 상징인 GIST가 이처럼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는, 총장 취임 당시 다짐했던 내 자신의 신념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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