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이성덕 기자] "작품 표절문제로 7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거짓된 소문들로 그 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작품표절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건으로 곤혹을 치른 박정현 작가가 7년만에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부산고법 민사6부(부장판사 박준용)는 지난달 26일 손몽주 작가가 저작권 침해로 인해 박정현 작가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4년 3월 박 작가는 대구미술관 'Y 아티스트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이후 4·5전시실에 전시된 설치 작품 중 고무줄 재료로 사용한 'disturbing'에 대해 손 작가가 표절을 주장했다.
박 작가는 재판과정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표현방법들은 설치미술작가들이 설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독창적 기법이라 할 수 없다"며 "작품과 개념은 물론이고 선의 연결 방법, 구도 등 구체적인 기법도 달라서 원고 작품과 유사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표절이 절대적으로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결과도 제출했다.
치열한 법정 다툼으로 7년만에 재판부는 "원고의 설치방식 자체는 국내외 기존작가들이 이미 선행 작품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공통적 특성이거나 물질 고유의 특성에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창작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특정 공간을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나타내는 정신적 소산물로 자신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어 미술작품, 즉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7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박 작가는 이번 법정 다툼서 받은 고통과 상처에 대해 "미술관에서 제 작품을 내린 뒤로 '표절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 '작가의 삶을 살겠다'는 제 꿈은 어느 순간 무너졌고 7년간 학생들 영어 과외수업을 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제 작품으로 전시도 직접하고 싶었지만 실질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법원서 '작품철거 가처분을 했어야 했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처음으로 공공기관인 대구미술관 전시 중 철거를 당했고 '표절작가'라는 꼬리표를 달며 지내왔습니다. 이 사회에서 낙인찍혀 살아가는 제 심정과 그 동안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합니다"고 덧붙였다.
2014년 대구지법이 '미술저작물 전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박 작가의 작품 중 고무줄 재료를 활용한 작품이 대구미술관에서 철거됐다.
박 작가는 "제 작품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뜯기면 더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미술관에 가서 제 손으로 직접 철거를 했습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박 작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저작권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며 "대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저작권 관련 수업이 생겨서 표절에 따른 저작권 침해 의혹이 불어진다면 우리 작가들, 법조계 전문가들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